누구를 위한 공공의대인가
누구를 위한 공공의대인가
  • 승인 2018.07.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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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원장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국회에서 ‘국립공공의과대학(원) 설립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전북 남원에 구 서남의대 정원(49명)을 이용하여 설립할 계획이며 교육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되, 졸업 후 도서산간의 의료취약지에서 일정기간 의무 복무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해당지역인 전북 남원에서는 남원의료원을 국립으로 승격해 국립공공의대 거점병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현재 당정은 교육병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지정하고 전북 남원에는 국립공공의과대학만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중 국립공공의대 관련 법령을 마련해 설립계획 수립과 준비과정을 거쳐 2022년 또는 23년 개교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선포했다.

복지부가 국립공공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를 위한 자료를 교육부에 전달하면 교육부에서 심사를 하여 최종 결정이 날 것이나, 당정 합의를 전제한 사업인 만큼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도서산간지역에 산부인과등의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여 응급수술이나 분만등이 어려우므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 보면 공공의대 설립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의과대학 신설은 여야를 불문하고 선거철마다 나오는 단골공약이다.

특히나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선거철만 되면 경쟁하듯이 해당지역에 의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함을 핑계로 의과대학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또한 의과대학신설시 지역경제가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의과대학 신설은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과거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필요성에서 1995년 전남 남원에 설립된 서남대의대는 부실 의학교육의 대명사로 낙인찍혀 결국 폐교당했으며 서남대학교 부속병원이었던 남광병원 또한 지역사회주민들에게도 의료기관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여 휴업하였다.

서남의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의대만 신설한다고 그 지역 의료공백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무턱대고 신설된 의과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 의사가 배출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진심으로 지역 의료발전을 위한다면 공공의과대학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지역의 의료가 왜 낙후될 수밖에 없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응급수술이나 분만등이 어려울 정도로 지역 의료가 낙후되는 건 그 지역에 의과대학이 없어 의사가 배출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건강보험이 저수가이기 때문에 의사가 도서지역에서 의원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보험 수가는 원가의 70%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건강보험기준에 맞추어 진료하면 의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통상적으로 의사들은 박리다매식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하거나 건강보험의 제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진료를 통해 경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아지 제왕절개 비용은 견종에 따라 40만원에서 100만원정도인데 사람의 제왕절개수술 비용은 약 36만원정도이다.

사람 제왕절개 비용이 강아지보다도 낮다 보니 산부인과 개인의원은 분만을 포기하고 미용시술에 주력하거나 대형 산부인과병원은 많은 환자를 모아 산후조리원등을 통해 수익을 내어 운영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은 도서지역에 분만위주의 산부인과를 차렸다가는 저수가로 인해 병원 경영이 불가할 수밖에 없다.

도서지역에서 응급수술이나 분만이 불가능한 이유는 이처럼 의사 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저수가 때문에 도서지역에 수술이나 분만병원 개원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강보험 수가를 정상화시키거나 우선적으로 지원을 늘려 도서지역에서도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함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지역표심을 얻기 좋은 의과대학 신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도 40개의 의과대학에서 매년 3000명의 의사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15년뒤에나 배출될 49명의 공공의사들이 의료 공백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의료취약지의 의료 공백을 줄이고 싶다면 공공의대를 설립할 것이 아니라 의료취약지의 근무환경을 개선시키고 건강보험 수가를 정상화시켜 의사가 적정 수의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병원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고질적인 저수가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의료취약지 공백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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