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집
어른의 집
  • 승인 2018.07.2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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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동두천의 어린이집 네 살 바기 유아 사망사건이 일어나고 하루 만에, 서울 화곡동에서 생후 11개월 된 원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영유아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사건을 비교해서 보자면, 동두천 사건은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아이를 방치해서 일어난 사고라면, 화곡동 사건은 말 그대로 살인이다. 필자는 두 사건의 경중(輕重)은 따질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두 사건 모두 살인이다. 다만 의도된 사건인지 아닌지 정도만, 다툴 소지가 있을 뿐이다. 폭염주의보까지 발령한 날씨상황에서, 찜통이나 다름없는 버스에 아이를 방치한 것도 살인이고, 잠을 자지 않는다고 생후 11개월 된 영아에게 보육교사 김모(59.여)씨가 이불을 씌운 상태에서, 올라타 눌러 사망케 한 사건도 살인이다. 무엇이 다른가.

‘포괄위임입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위임입법을 규정하는 법으로 헌법에서 금지하는 법을 말한다. 이를 금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공직사회의 부당함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어린이집 차량안전관리가 포괄위임입법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린이집 통학차량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하면, 이와 관계된 법만 해도 여러 개다. 해석에 따라서, 관계부처는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대목이다. 책임부재의 현실은 여기서 비롯된다.

어린이집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되는 데에는, 대상이 영유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관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탓도 크다. 어린이집의 소관부처가 보건복지부인 것을 알고 있는가. 엄연한 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소관이 아니다. 따라서 2016년에 교육부 예산으로 차량 내 위치추적 단말기와 통신비를 지원할 당시에도, 어린이집은 대상에 제외되었다. 당연하다. 교육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소관이 아니어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집이 왜 보건복지부 소관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란 소린가. 어린이집의 차량들은 하나같이 짙은 선팅으로 위장(?)되어 있다. 효율적인 냉난방을 기대해서가 아니라고 본다. 9인승 차량에는 인솔교사의 무릎에 앉은 아이가 있거나,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아이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보육(保育)교사에게 보육(寶育)을 기대하는 학부모는 단 한 사람도 없다. 현실적으로 직접 육아가 힘든 맞벌이 부부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사육(飼育)을 원하는 학부모가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제 자식을 키우는 것이 귀찮아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교육적인 요소를 기대하고 아이를 보내거나, 그 외의 경우는 직접 육아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이유가 없다. 요즘엔 신설 어린이집을 설립하는 것이, 여러 가지 조건들이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우후죽순처럼 동네마다 수 개의 어린이집이 생겨났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사라지곤 했다. 교사의 사명감이라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에서, 양산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린이집은, 유치원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생존해왔다. 어린이집을 양도 양수하는 것도 원생들의 수에 따라 웃돈까지 얹어서 거래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도 있다. 이쯤 되면, 어른의 집이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법을 제정하고 공포하는 기관은 여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당 이기주의와 특활비 등의 사리사욕 채우기, 집단 명분 세우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떠나고 있는데, 서로 ‘탓’하기 바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일하는 시간은 본인 선거 운동할 때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일을 할 요량이면 제대로 해야 한다. 복잡한 법 조항들도 단순하고 명료하게 개정할 필요도 있다. 뭔가 숨기고 가릴 것이 많을 때, 말이 많아진다.

진실은 단순하고 명징(明澄)하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관계법령 서넛에 해당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기가 생겨 관계법령을 모두 찾아보면 결국 관계부처의 책임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다. 물론 책임자의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고 재발 방지임은 말할 것도 없다. 출산 장려정책으로 신생아의 수가 늘어나길 기대한다면, 이미 귀하게 태어난 소중한 우리 아이들부터 지켜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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