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거목 ‘광장’ 최인훈 별세
한국문학 거목 ‘광장’ 최인훈 별세
  • 황인옥
  • 승인 2018.07.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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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진단 투병…향년 84세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거행
최인훈별세
최인훈 작가 별세.


문학계 큰별 최인훈(사진)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최인훈 작가는 23일 오전 10시46분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월남한 고인은 1959년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으로 등단한 뒤 4.19 혁명이 있고 7개월 뒤인 1960년 11월에 ‘새벽’지에 남북한을 제3의 시선으로 비판한 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그가 한국문학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인 ‘광장’은 발표 직후부터 문단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왔다. 남-북 간의 이념-체제에 냉철한 균형감각을 견지하면서 치열한 성찰을 보여주며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에 천착하는 결말은 당대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삶의 일회성에 대한 첨예한 인식, 개인과 사회·국가 간의 긴장과 갈등, 인간의 자유와 사랑과 같은 본질적 주제에 대해 폭넓게 접근했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 현대문학사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하게 받고 있다.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으며,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에 대해 “시대의 ‘서기’로써 쓴 것”이라며 냉전 이데올로기 현실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고 언급했다. 고인은 “4.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다”며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일급 역사관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광장’은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분단 현실을 문학적으로 치열하게 성찰해 들어가는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이후 전망이 닫힌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린 회색인(1963),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파격적 서사 실험을 보인 ‘서유기’(1966), 신식민지적 현실의 위기의식을 풍자소설 기법으로 표현한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20세기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며 동시대인의 운명을 조망한 대작 ‘화두’(1994) 등을 발표하며 성찰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는 이밖에도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냈다.

고인의 명성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확장됐다. ‘광장’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회색인’과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됐다.

한국 문학사에 남다른 족적을 남긴 최인훈 작가 별세에 문학계와 대중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씨와 아들 윤구, 딸 윤경씨가 있다.

장례는 문학인장(장례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25일 오전 0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린다. 발인은 영결식 이후, 장지는 ‘자하연 일산’(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456)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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