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굴제국 전성기 간직한 붉은 모스크…“경외감 절로”
무굴제국 전성기 간직한 붉은 모스크…“경외감 절로”
  • 박윤수
  • 승인 2018.07.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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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 하이웨이 印 델리 통해 파키스탄 라호르 입국시내 광장에 있는 ‘바드샤히 모스크’붉은 사암·흰 대리석 간결한 조화자연과 어우러진 요새 발길 사로잡아우스꽝스럽지만 절제된 국기 하기식행사 중 파키스탄-인도인간 기싸움120년 역사 자랑하는 라호르 박물관부처상 등 무굴제국 예술품 ‘한자리’
길따라세계로
붉은 사암의 벽과 흰 대리석 돔이 어우러진 바드샤히 모스크는 무굴제국의 명품 건축으로 손꼽힌다.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카라코람 하이웨이<1>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 KKH)는 해발고도가 4천693m에 이르는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를 넘어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한다. 중국 신장 자치구의 카스가르(Kashgar)와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Abbottabad)를 잇는 약 1천200㎞의 왕복 2차선 도로로 힌두쿠시 산맥, 곤륜산맥, 카라코람 산맥을 지난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공동사업으로 1966~1982년에 걸쳐 건설된 국경 교역도로이며 중국에서는 카라쿤룬궁루[喀喇崑崙公路]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페르시아로 향하는 실크로드의 옛길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카라코람 산맥의 언덕길은 산사태와 낙석 등이 잦다. 특히 7·8월 몬순 철에는 낙석으로 몇 시간 혹은 하루 이상도 길이 막히기도 한다. 또 쿤자랍고개는 10월 말이면 눈 때문에 길이 막혀 이듬해 5월까지는 통행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카라코람하이웨이는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오히려 고즈넉하게 실크로드의 정취를 느끼려는 자유여행자들에게 꿈의 루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가는 길은 중국 우루무치, 카스가르를 거쳐 타스쿠얼칸에서 출입국심사를 받은 후 쿤자랍 고개를 넘어 파키스탄으로 가는 루트와 반대로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길기트를 거쳐 훈자, 파수, 소스트를 거쳐 쿤자랍 고개로 향하는 루트가 있다. 이번 여행은 인도 델리를 거쳐 파키스탄의 국경도시인 라호르로 입국해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가는 여정이다.

인도를 떠나 파키스탄으로 가는 날. 국경이 열리는 오전 9시에 맞춰 승합차를 타고 국경으로 향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시차가 30분이다. 인도 출국심사 후 파키스탄으로 넘어왔으나 파키스탄의 입국심사대는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 파키스탄 입국심사 후 국경에서 예약한 버스를 타고 라호르 시내로 향했다.

도로는 잘 정돈되어 있었다. 파키스탄의 첫 모습은 가로가 정돈되고, 쓰레기가 없는 거리의 깨끗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온갖 소음과 자동차 경적으로 혼란스러운 인도의 도로와는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테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탓인지, 시내의 집들도 음산한 듯 보이고 내리쬐는 태양도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길따라세계로-2
바드샤히 모스크의 화려한 아치 장식.

라호르 시내 중심가의 숙소에 짐을 풀고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우고, 라호르 시내 관광에 나섰다. 먼저 들른 곳은 지금도 종교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바드샤히 모스크다. 무굴제국 전성기의 마지막 황제인 아우랑제브가 1673년에 지은 이슬람 건축물이다. 붉은 사암으로 된 외벽과 흰 대리석 돔이 산뜻한 느낌을 주고 정교한 내부 장식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슬라마바드에 파이잘 모스크가 건립되기 전까지 파키스탄 최대의 모스크였으며, 건물 내부에 1만 명, 안뜰에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모스크 인근에 위치한 라호르 요새는 1566년 무굴제국 황제 악바르가 기존의 진흙 성채를 벽돌로 개축했다.

라호르는 무굴제국의 전략적 요충지들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고 인도의 첫 정벌지라는 점에서 웅장한 성채를 지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필요도 있었다. 그의 후계자들에 의해 수 세기에 걸쳐 화려한 건물들로 증축되었다. 그들 중에서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지은 황제답게 성채 하얀 대리석으로 무굴 모스크를 지어놓았다.

라호르 요새의 중심 건물은 개성적이면서도 실용적인 44개의 방으로 되어 있다. 연못에 비친 달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연회실, 아치 천정에 보석을 박아놓은 방이 인상적이다. 대리석 바닥 밑에는 자연 구배로 흘러가도록 한 수로가 있어, 한여름 무더위에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또 바람 또한 막힘 없이 맞보며 지나도록 설계되어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시원하다.

국기 하기식을 보기 위해 서둘러 인도 파키스탄 국경으로 향했다. 조용하기만 했던 국경이 시끌벅쩍하다. 파키스탄의 스탠드에 비해 서너배 이상 큰 인도 쪽 스탠드는 많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는 파키스탄은 수백 명의 관객이 빼곡히 스탠드에 앉아 있다. 숫자는 적지만 ‘파키스탄 진다밧!(파키스탄이여 영원하라!)’라는 구호와 북으로 인도 군중에 기싸움을 건다. 오후 4시반부터 시작한 국기 하기식은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절제된 행동을 반복하며, 마치 닭 볏 같은 모자를 착용한 국경 수비대원들의 퍼포먼스로 한 시간 정도 의식을 행하였다. 종교적인 문제와 카슈미르 지역의 영토 분쟁으로 독립 후 세 번의 국지전 그리고 핵무기 개발 등 양국의 분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국기 하기식을 보고 라호르로 돌아와 시내 중심에 있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식사를 했다.

인도와는 달리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가 금기이지만 소고기나 닭고기는 제한이 없다. 인도의 커리 향료에 지친 나에게 파키스탄 음식은 제법 입맛에 맞았다.

인도의 음식은 거의 채식 위주이다. 햄버거에도 패티가 육류가 아닌 콩류이다. 인도 음식에 관한 우스개가 있다. 손님을 초대할 때 초청자는 손님의 식성을 물어보고 채식주의자인지 여부를 확인해 육류와 채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런데 70% 이상이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그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면 육류가 항상 부족하다고 한다. 대답은 채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육류를 즐기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체면치레 비슷한 행동을 인도인들도 한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육식을 한다는 것이 카스트의 하위계급을 연상시키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라호르 시내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마치고 라호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개관 시간이 삼십 여분 남아 인근의 라호르 재래시장에 아침을 먹으러 나온 시민들과 어울려 빠야라는 보양식을 먹었다. 빠야는 우리의 도가니탕과 비슷한 음식으로 양, 염소의 무릎부위를 삶아서 향신료를 첨가해 먹는다. 낯선 이방인이 아침 식사시간 현지인의 식당에서 빠야를 먹는 모습이 신기한 듯 많은 파키스탄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환하게 웃어 준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라호르 박물관은 파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박물관이다. 8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으며 간다라미술, 인더스강 유역의 유물, 실크로드 교역품, 파키스탄 민속의상, 무굴제국 예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고행하는 부처상(Fasting Buddha)’이다. 높이 약 80cm의 이 좌상은 피골이 상접한 싯다르타의 모습인데 간다라미술의 걸작으로 꼽힌다.

라호르 박물관을 관람하고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했다. 1997년 대우건설이 시공한 고속도로로 지금도 잘 관리되어 가장 주요한 간선도로이다. 평원의 지루한 풍광이 계속된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못 미치지만 유명 브랜드의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파키스탄의 휴게소는 여행 중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하다.

던킨도너츠와 콜라 한잔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이슬라마바드에 들어섰다. 10차선이 됨직한 넓은 도로가 시원스레 뚫려있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듯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80년대 강남 개발 붐이 불던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박윤수
1978년 영남대학교 건축과에 입학했다. 1984년 ㈜태영에 입사하여 직장생활을 시작, SK건설주식회사를 거쳐 현재 서울에서 종합건설회사를 창업 운영 중이다. 2002년 대학동문들과 다녀온 백두산 천지 트레킹을 시작으로 시베리아, 히말라야, 중국 운남성 호도협, 사천성 야딩풍경구, 티벳 란창강, 라오스~캄보디아 국경, 킬리만자로 우후루피크, 남미 5개국, 뉴질랜드 등 세계를 누비고 있다. 저서로 ‘구름나그네의 38일간 남미 자유여행’(2015 도서출판 애드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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