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충성스럽다 하더라도 - 일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충성스럽다 하더라도 - 일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 승인 2018.07.2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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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목적이 바르다 하더라도 그 수단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이라는 <불경(佛經)>에 나오는 이 까마귀의 행동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대장을 모시고 살아가는 한 까마귀가 있었습니다. 이 까마귀는 늘 대장 옆을 맴돌았습니다.

“대장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습니까? 얼굴이 어둡습니다.”

“응, 집사람 욕심 때문에!”

“아니, 무슨 말씀입니까?”

“응, 자꾸만 임금님의 음식을 먹고 싶어 해. 아무리 말려도 자꾸만 욕심을 부려.”

“그거야 간단하지 않습니까? 주방에서 식당으로 음식을 옮길 때에 중간에서 몇 점 집어 올리면 되지 않습니까?”

“아닐세. 그러다가 붙잡히면 목숨이 위태로워.”

“그렇다면 제가 조금 집어다 드리겠습니다.”

이리하여 이 까마귀는 식당 일꾼들이 음식 쟁반을 어깨에 메고 나를 때에 그 위를 날며 몰래 음식을 가로채어 대장에게 갖다 바쳤습니다.

“자, 여기 임금님이 드시는 음식입니다.”

그 뒤에도 이 까마귀는 계속 음식을 몰래 가로채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병사들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요놈, 임금님 음식에 함부로 입을 대다니!”

“잘못했습니다. 제가 먹으려 한 게 아니고 대장님께 바치려 한 것입니다.”

“무엇이? 네 대장도 혼이 나야하겠구나. 지금 어디에 있느냐?”

“아닙니다. 대장님은 잘못이 없습니다. 대장님은 말렸는데 제가 했습니다.”

“무엇이라고?”

“대장님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점점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임금님 앞으로 가자.”

까마귀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임금이 말했습니다.

“내 소행은 밉지만 대장을 위한 충성심에서 그리하였다니 이번만은 용서하겠노라.”

이리하여 까마귀는 간신히 풀려났습니다.

어떻습니까?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훔친 이 까마귀의 충성이 다음 대장 자리를 이어받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까마귀는 지금 권력자 옆에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종국에 이르러 자신의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대장 까마귀는 부하 까마귀의 맹목적인 충성에 계속 만족하고 있다가는 마침내 큰일을 당하고 말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다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임금의 눈에는 이 까마귀만큼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할 경우, 충직한 신하를 얻기 위해 임금이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목적과 수단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수단이 나쁘면 실행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용인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불교 윤회설에 따르면 음식을 게걸스럽게 탐하면 다음 세상에서 까치, 새매, 까마귀, 독수리 등으로 태어나며, 또한 어리석은 사람은 갈매기, 올빼미 등으로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러한 가설이 모두 현재의 행동을 경계하는 교훈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무슨 일을 할 때에는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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