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미화시키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
자살을 미화시키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
  • 승인 2018.07.29 10: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얼마 전 우리는 월드컵 경기 결승전에서 아주 황당한 사건을 경험했다. 관중석에서 관중이 운동장 안으로 난입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화면은 그 사람의 얼굴이나 장면을 정확히 비추지 않았으며 금방 정리가 되었다. 이렇게 그 화면을 잡아 주지 않는 이유는 난입한 사람의 얼굴이나 장면이 화면에 클로즈업 되는 영상이 나가게 되면 그런 형태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밝혀져 있어 경기가 중단된 이유를 알려주는 정도로 화면 처리가 된다.

파파게노 효과란 자살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인물로 사랑하는 연인 파파게나가 사라지자 괴로운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려 할 때 세 요정들이 나타나 희망찬 노래를 들려주어 자살을 선택하는 대신 종을 울려 다시 파파게나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런 파파게노의 자살충동 극복일화에서 유래하여 파파게노 효과가 등장했다.

197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처음 지하철이 도입된 이후 80년대부터 갑자기 지하철 자살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살 했는가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언론들이 원인이라고 판단하여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자살율을 절반으로 낮추었다.

이와는 반대로 베르테르 효과란 모방자살 효과라고도 하며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거나 흠모하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동일시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과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때문에 약 2000명이 모방자살을 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장국영의 자살로 9시간 동안 6명이 투신하였고 우리나라도 유명 연예인의 자살 이후 자살률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13년간 자살률 챔피언이었다.

2017년도 통계로 봐서는 2위로 떨어졌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줄어들어서 2위를 한 것이 아니라 리투아니아가 새로 OECD에 가입하면서 우리나라 보다 더 높은 나라에 1위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하루에 평균 36명이 자살한다. 속칭 왕따로 인한 자살사건에 대한 보도들이 한참동안 많이 유행할 때 상당히 우려스러웠던 점은 자살하고 난 뒤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자세하게 보도되는 점이었다.

물론 그러한 가해학생들에게는 가해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피해학생들에게는 자살을 통해 가해학생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여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간과 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거물급 정치인이 또 투신하였다.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본인이 정치적 지형이 바뀌어 정치적 탄압을 받게 되었더라도 떳떳하면 떳떳한 데로 버티고 불리하다라도 재판을 받아야 되며 본인이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데로 또한 그 죗값을 치르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다. 그래야 국민도 보고 배운다.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이러한 자살을 다루는 언론의 전문성이다. 한국 기자 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도록 되어있고 자살은 다수의 복합적 원인들에 의해 발생하므로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하지 않도록 되어 있긴 하나 자살에 대한 기사를 쓸 때에는 정신과 의사나 자살관련 전문가에게 자문을 꼭 받도록 했으면 한다. 일본의 재난 관련 방송 매뉴얼처럼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질서정연한 대처가 될 수 있도록 유명한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인이 자살할 경우 그 보도방식에 대해서 전문가와 상의하였으면 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살 이후에 사회의 반응이다. 우리나라는 정서상, 사람이 목숨을 끊으면 “오죽했으면~” 또는 “가족들은 어쩌나?~~” 등 동정여론이 대부분이어서 공인의 경우 자살 이후에 얻을 수 있는 이차적 이득이 강할 경우 자살에 대한 유혹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차적 이득을 없애는 것이 자살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중대한 사안이 되는 정치적, 경제적 사건의 당사자를 구속수사 하는 이유에 자살 예방도 있지만 피의자를 보호하는 의미도 동반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자살 충동 스트레스를 나누어 상쇄 시킬 수 있는 따뜻하고 성숙된 사회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