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문래실마을] 내성천 등 ‘그시절 모습’ 그대로…농촌체험에 안성맞춤
[예천 문래실마을] 내성천 등 ‘그시절 모습’ 그대로…농촌체험에 안성맞춤
  • 김광재
  • 승인 2018.07.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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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용작물·이름난 명소 없지만
5 060세대 농촌 자연환경 간직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 선정
휴양객 펜션·물놀이장 등 갖춰
다슬기 잡기 등 프로그램도 풍성
에천문래실마을
문래실마을 전경. 사진 아래쪽으로 내성천이 흐르는데 강둑길을 따라 왼쪽으로 들어가면 펜션과 체험장이 나온다.

 

2018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예천 문래실녹색체험마을

예천 문래실녹색체험마을에서는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문래실마을은 대단한 특용작물도 없고, 인상적인 전설이나 잊지 못할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문래실마을이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지금 50·60대가 가지고 있는 어릴 적 농촌에 대한 기억에 가장 근접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문래실마을이 녹색농촌마을 조성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될 때의 에피소드가 이런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북대 모 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문래실마을을 찾아서 한바퀴 둘러보고는 안타깝다는 듯 “마을에 폐교도 없고 사찰이나 서원도 하나 없으니 체험관광마을로 선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녹색농촌마을 사업 실무를 준비해온 우상윤(55·현 이장)씨는 “갖출 것 다 갖췄더라면 뭐하러 신청했겠느냐”고 대꾸했다. 심사위원 일행이 떠난 뒤 한참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 심사위원이었다. “의성 톨게이트까지 다 왔는데 ‘다 갖췄으면 뭐 하러 신청했겠는냐’는 말이 계속 귓전을 맴돌아서 이대로 갈 수가 없어요. 지금 마을로 다시 돌아갈 테니 좀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되돌아온 심사위원들은 어찌 보면 특별할 게 없는 노지 수박, 송이, 내성천 은빛모래 등의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해 문래실마을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했다.

문래실마을은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 조성지구로 선정, 착공에 들어가 2009년 마을문화 체험장, 휴양객 펜션, 야외 물놀이시설 등을 갖춘 농촌체험마을로 변모했다. 지금은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100여 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갖췄다.

에천문래실마을-정원
보문사.

농촌체험마을이 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런 일도 있었다. 강호동이 출연하던 시절이었는데, 1박2일 작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문래실마을에서는 단무지용 무를 많이 재배하고 있어서, 무청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모두 200여 명이 마을에서 며칠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수십 명 정도를 예상했던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특히 부녀회에서는 도저히 그 많은 인원을 감당할 수 없다고 완강히 반대했다. 어쩔 수 없이 촬영에 협조할 수가 없다고 전화를 했다. 그 작가는 아쉽다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으나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때 어떻게든 촬영이 이뤄졌다면 문래실마을이 전국적인 명소로 알려져 체험마을 사업이 크게 활성화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에천문래실마을
보문사 삼층석탑.

아무튼 우여곡절을 겪으며 문래실녹색농촌체험마을은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주말과 휴가철에는 숙박예약이 꽉 찬다. 그러나 단순히 펜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에 현실적 제약이 많고, 외지인 방문이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 소비로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래실마을에는 내성천 물고기 잡기 체험, 수영장 물놀이, 다슬기잡기, 김장 담그기 등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또한 마을에서 직접 기른 제철 농작물로 지어주는 따뜻한 밥상이 있어, 옛날 시골집에서 먹던 밥상을 받을 수 있다.

학가산과 내성천이 어우러지는 이 마을은 예부터 산수가 좋기로 소문이 나 선비들이 학문과 풍류를 닦고자 자주 드나들었던 곳이어서 문래(文來)실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문래실녹색체험마을은 옛날 덕망 있는 선비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바심 내지 않고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권중신·김광재기자

 

에천문래실마을-수박
노지 수박.

가볼만한 곳

◇ 보문사

예천군 보문면 수계리에 있는 신라시대 사찰로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이 길지를 발견해 창건했다고 전한다. 이후 고려 명종 14년(1185) 보조국사 지눌이 이 절을 재건했으며 한때 고려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사고로 이용됐다고 한다. 예천군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사찰이며 경내에 극락전(문화재자료 제203호), 삼층석탑(경북도 유형문화재 제186호), 삼장보살도 등 문화재가 있다.

웅장하거나 오래된 당우는 없지만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절의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3층 석탑은 예술적으로 조형미가 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다듬지 않은 지대석 위에 다소곳이 앉은 모습이 정겹다. 그런데 지금은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나무 받침대로 받쳐놓아 안쓰럽다.

◇ 도정서원

도정서원은 임진왜란 때 많은 공을 세우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사형집행 전에 구한 인물인 약포 정탁(鄭琢) 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1640년(인조 18) 처음 사당을 지었으며, 강당을 더해 1700년(숙종 23) 도정서원으로 승격했고 1786년(정조 10)에는 정탁의 셋째 아들인 성리학자 정윤목을 추향했다. 1866년(고종 3)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일부가 손실됐으나, 1997년 국비 보조사업으로 동·서재, 전사청, 누각 등 5동의 건물을 복원했다.

아름다운 내성천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서원 내에 마련된 한옥에서 고택 체험도 할 수있다. 서원 앞으로 설치된 경북도청 신도시 둘레길도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걷기에 좋다.

 

에천문래실마을
우상윤 이장(왼쪽)과 박상건 위원장.

"내성천~뿅뿅다리 둘레길 조성"

우상윤 보문면 우래 1리 이장

박상건 문래실휴양마을 위원장

보문면 우래1리 우상윤 이장과 문래실체험마을 박상건 위원장은 63년 토끼띠 동갑내기 친구다. 우 이장이 먼저 귀향해 녹색농촌체험마을 지정 등에 큰 역할을 했고, 현재 체험마을 업무는 친구인 박 위원장이 이어받았다.

“처음에 우리 마을이 지정될 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청정 자연이라는 큰 보물이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 영주댐 건설로 지금 내성천에는 잡초가 수북하게 자라있지만 그때는 풀 하나 없이 깨끗한 은빛 모래가 장관이었어요.” 우 이장은 식당 벽에 걸린 10여 년 전 내성천 사진을 가리켰다. “또 날씨가 이렇게 더워지면 송이가 나지 않아요. 지난해에도 송이가 없었는데 올해는 더 더우니까 이번 가을에도 빈손일 가능성이 높지요.”

그는 농민 스스로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을 하는데 번번이 외부 여건 때문에 좌절되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마을은 도시에 나갔다가 돌아온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어린 아이들도 제법 있고요. 그 젊은이들이 희망이고 큰 힘입니다”라며 친구를 바라보며 웃었다. 자신이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친구가 맡아 멋지게 해내기를 바란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박상건 위원장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해낼 생각입니다. 예전에 사람들이 다니던, 우래1리와 우래2리를 잇는 오솔길이 아직 남아있어요. 그 길을 정비해 내성천 모래사장과 뿅뿅다리로 이어지도록 한두 시간 코스의 둘레길을 만들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또 제철 농산물이 자라고 있는 논두렁 밭두렁을 걷는 것도 좋겠지요”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말을 들으면서 문래실녹색농촌체험마을은 왁자지껄한 체험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농촌을 체험하는 쪽이 어울릴 것 같았다. 문득 문래실 마을에서 사색에 잠겨 걷는 사람들, 강가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갔다.
 

에천문래실마을-마을수영장
물놀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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