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마음
담백한 마음
  • 승인 2018.07.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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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가식이 없으니
가식 없는 내 마음 욕을 사랑했네



나고 살고 죽는 한살이가 욕보고 욕보이는 일임을 알고
손해 볼 수야 없지 또 세상에 주먹감자 한 방 먹이는 일까지
어쩌다 열불날 때는 개와 성기와 사돈의 팔촌까지도
전부 불려나와 벌이는 한판 드잡이질
그 야단법석의 아사리판



씨발조또 담백한 내 마음이여
지금 내 마음에는 한 점 음모도 없네
너를 향한 분노와 적개심의 삿대질과
직간접적 폭력과 일차원적 은유와 절묘한 비틀림조차도



먼 조상부터 나를 거쳐 갈 생식과
내가 기르는 개에게까지 얻어 먹이는 욕 한 바가지
그러면 네 여자까지도 끌어들여 한 방 먹이는 욕지거리



오늘도 가깝고도 가까운 생활이라는 언어를 붙잡고
내 마음 거짓이 없으니 걸림이 없네
잘 돌아간다 인생아
욕먹고 욕먹이는 게 바로 내 인생이라지만
욕에도 친소는 있어
어떤 것은 쎄가 만 발이나 빠져 죽어도 근원은 육친이고
가봐야 기껏 근친이네



지랄발광 육갑 떨어봐야 맨날 거기서 거기이듯
내 욕의 영역은 고작 반경 십 미터



◇이상도= 경남 거창 출생. 2004 ‘작가정신’으로 등단.



<해설> 거침없는 욕지거리 속에서도 참다운 익살이 있으니 지랄발광도 어쩌면 삶의 일부분이랴. 한데 욕설에서 담백한 마음을 찾으려는 화자의 이율배반적 아이러니가 유머가 아니겠는가. 사실 우리 사회에는 가식의 모자를 쓰고‘체’에 익숙해져 있다. 화자가 말하자고 하는 것은 바로 그 익숙한‘체’를 증오하는 것이리라.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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