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진정서’ 무시…인권위 “자유권 침해”
환자 ‘진정서’ 무시…인권위 “자유권 침해”
  • 승인 2018.07.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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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입원 ‘인권침해’ 주장
위원회 보내지 않고 부친에 전달
업무 개선·직원 직무교육 권고
정신병원 입원 환자가 제출한 인권침해 진정서를 병원에서 임의로 처분했다면 헌법이 정한 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알코올의존증후군 등으로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A씨는 병원에서 당한 인권침해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병원 내 인권위 진정함에 넣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진정서를 인권위에 보내지 않고 A씨 아버지를 통해 돌려줬다. 이에 A씨는 병원 측의 행위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병원 측은 “당시 병원에서 면담을 한 A씨 부친이 진정 내용을 알고 싶다기에 진정서를 보여줬다”며 “A씨가 병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해 아버지가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보여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면담 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A씨 부친은 진정서를 들고 귀가해버렸고 이후 다시 병원에 찾아왔을 때 진정서를 병원이 아닌 A씨에게 돌려줬다”며 “이후 병원에서는 A씨에게 진정서를 다시 주면 인권위에 보내겠다고 했지만, A씨가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시설수용자가 작성한 진정서는 즉시 위원회에 보내야 하는데도 병원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진정서 송부를 의무로 규정한 것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는 수용시설의 특성상 수용자가 원할 때 신속하고 자유롭게 진정할 수 있도록 해서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권위는 병원 측이 자의적으로 그 내용을 판단해 진정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은 환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봤다.

인권위는 “진정서의 내용이 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병원 내부의 단순 불만 민원에 불과한 것인지 등에 대한 것은 인권위가 판단할 몫”이라며 “진정서를 보호자에게 전달한 것은 병원이 진정서 내용을 짐작해 자의적으로 처리하거나 보호자와의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처럼 시설수용자의 진정서를 정당한 사유 없이 즉각 인권위에 송부하지 않은 행위를 헌법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보고, 해당 병원장에게 진정서 송부 관련 업무 개선과 직원 대상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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