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맨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메맨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
  • 승인 2018.07.3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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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 (전 메트라이프생명 영남본부장)



한때 우리나라의 사설교육과정에서 자신의 유언장을 쓰고 관에 들어가는 죽음을 체험하게 한 교육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경험을 통해 가족과 삶의 소중함을 더욱 더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일찍이 초등학교때부터 이런 죽음준비를 가르치는 학교가 많다.

이러한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중세 수도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중세 수도사들은 늘 책상위에 해골을 놓아두었다.

견디기 힘든 금욕적 생활을 하는 자신의 욕망을 경계하기위해 필요로 했던 소품이었다. 인간에게 시간적 구분이 없었다면 어찌되었을까? 중세 수도사의 메맨토모리처럼 시간적 한계성을 기억하는 것이 삶의 각성제가 된다고 한다.

모든 동물들 중에 자신이 죽을것이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또한 그 죽음에 대한 경험과 생각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젊은 시절에 반국가적인 활동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게된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 그는 5분의 시간을 갖게 된다. 사형집행 전에 그에게 주어진 5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까를 생각했다.

1분은 그동안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고,1분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1분은 자기가 살아온 세상의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고, 1분은 자기가 살아온 28년의 시간이 너무 짧고 더 소중하게 보내지 못한 후회의 눈물을 흘릴 때 쯤 기적적으로 황제의 특사로 사형은 중단되고 시베리아 형무소로 유배를 가게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시간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한다. 시베리아 형무소로 간 이후에는 잠시도 쉬지않고 작품을 구상했고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쓰기도 했다.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그가 보낸 시간이 가치없고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이었다고 한다.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 순간 다짐하게 된다.

로마의 장군들은 전쟁에서 승리해서 전차를 타고 많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개선장군으로 입성을 할 때, 승리의 기쁨과 자신감으로 들떠 있을 때 옆의 부관은 조용히 이야기한다. “메맨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이 숨막힐듯한 기쁨과 영광도 시간이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즉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승리에 대한 교만이 겸손한 자신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메맨토모리 두번째 이야기는 노벨이다.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게 된 노벨은 조간신문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죽음의 상인, 노벨 죽다’ 그의 형이 죽자 신문사의 실수로 노벨이 죽은 줄 알고 오보기사를 냈던 것이다. 죽음의 상인으로 기억되는 그의 부고기사는 그를 굉장히 슬프게 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노벨이 전재산을 기부하고 인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사람들에게 노벨상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노회찬의원의 자살이 많은 정치인들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작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일관된 노동운동과 가치관이 자신의 표현처럼 실수 (?)를 덮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말처럼 노의원도 어쩌면 죽음으로서 그가 해왔던 친서민적이고 친노동적인 삶을 완성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법정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길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될 것이다.” 죽음에 있어 삶이 더 의미가 있다는 역설적인 말씀이다. 사마천의 말처럼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고 또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다.’ 죽음을 기억하는 순간 삶은 순간순간 놀라운 신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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