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과 청와대
삼권분립과 청와대
  • 승인 2018.08.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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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밀짚모자를 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농부와 사발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이 기억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호프집에서 시민 몇 사람과 생맥주를 마신다. 이 더운 날 우리에게 청량감을 주는 장면은 어느 쪽일까. 청와대는 건물 이름이다. 미국의 화이트 하우스처럼. 청와대를 건물로만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권력의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어느 행정학자의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대통령은 정치하는 사람입니까, 행정하는 사람입니까?” 얼른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제왕시대의 왕은 왕궁에서, 우리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정을 본다. 다를 것이 없다.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하면 잘못된 표현일까. 3권이 엄연히 분립되어 각각 기능을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한다면 정치·행정 감각이 둔한 나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총할한다. 초등학생도 다 아는 국가행정의 질서다. 그런데 내 눈에는 국회도 사법부도 안 보이고 청와대만 크게 보인다. 청와대가 국가 전반의 중추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알지만 행정 각 부가 해야 할 일에까지 디테일하게 관여하고 있는 현상이 자주 보인다. 국무위원들 가운데 외교부장관은 안 끼인 데가 별로 없고 말 많은 국방장관도 자주 보인다. 그러나 막상 행정부를 총괄하는 국무총리나 장관은 일에만 매진하고 있는지 조용하다. 권력의 집중현상은 대통령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정치·행정풍토를 만든다.

학문적으로 접근해 보자. 청와대 직원 수가 왜 그리 많은가. 공무원 수와 업무량과는 관련이 없고 공무원이 일을 자꾸 만들어 가므로 그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파킨슨의 법칙이 있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에 합당한 말이다. 정부조직에는 계획을 담당하는 참모(staff)부서와 집행(line)부서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도 기획부서가 따로 있다. 청와대 조직 구성원들의 본래적 업무는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자문·협의·조정·인사·정보수집 등 전문가적 입장에서 보좌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사단장을 보좌하는 작전참모, 정훈참모 역할과 같다. 대통령의 곁에 있는 수석들은 대통령의 수족과 같고 신임을 바탕으로 집행부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청와대 수석과 장관의 위상을 비교해 보라. 청와대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본래의 일을 망실하고 정부 각 부처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면 집행부의 공무원들은 안일해 지고 법규만 따지는 관료행정으로 치닫게 된다. 전문가로서 비서진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주인이 선호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지난 주 대통령의 인기도가 61.1%로 떨어졌다. 몇 주간 계속 내림이다. 대통령의 인기도 부침에 희비하는 청와대 비서들이 좀 당황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문 정부가 역대정부와 다른 것 중 하나는 대통령의 인기도를 정치·행정의 바로미터로 여기는 것이다. 국민의 인기가 높으면 청와대의 독주가 합리화 될 수 있다는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대통령의 인기는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순리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을 파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언론보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다 알지만 때로는 인기도를 높이기 위한 연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본다. 청와대의 여론담당 비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인기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이벤트 연구에 골몰한다. 국민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연출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전자의 예로 호젓한 숲 속 삼팔선 자락에서 김정은과 밀담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처음 보는 일이라 모두가 호감이 갔다. 대통령의 광화문 호프집 깜짝 이벤트가 기획 작품이란 것이 들통 났다. 대통령이 시킨 일은 아닐 것이다. 소통이 무엇인가. 털어놓고 속 시원히 얘기해 보자는 것이 아닌가. 그날 운 좋게 호프집에서 대통령과 생맥주를 함께 마신 시민들이 한 말은 여론화된 뻔한 내용들이었다. 구태여 그런 자리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문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온통 공약만 들어 있는 것 같다. 공약이 절대 선은 아니다.

툭 하면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는 데 그 사람이 모든 국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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