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편의점
안녕 편의점
  • 승인 2018.08.01 2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규리


옆에서 아는 듯 악수를 청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누구인지


면발 위에 뜨거운 물을 부을 때나

믹스 커피를 저을 때까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잘 살지 않았으므로

누가 아는 체하면 두려움이 많았고


먼저 나가주길 바라지만

바깥은 지독히 더웠으므로


그를 의식하는 대신 무심한 편을 택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돈까스 도시락이 할인품목이며

아이스 바가 1+1 이라는 정보를 흘려주고 있다


나는 나를 모르는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는 각자 돌아와


일인으로 살며

일인의 시위를 하며

처음부터 일인이었던 일인으로


어디로든 나는 숨어들고 싶은 사람


한 시간 전의 일출이 한 시간 후의 일몰에게

자꾸 안녕하냐 안녕하냐


그딴 거 물어보지 마세요







◇이규리=1994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뒷모습’, ‘앤디 워홀의 생각’ 등.



<해설> ‘안녕 편의점’제목이 독특하다. 시를 잘 써놓고 제목을 잘못 붙이면 시의 의미망이 반감된다. 따라서 제목을 고를 때 신중에 또 신중해야 한다. 그만치 제목이 중요하다. 제목은 그 시의 얼굴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 시는 내부의 나와 내면의 나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악수를 청하거나 각자 돌아와서, 편의점의 싼 정보를 흘려주고 등등’의 문장을 볼 때 현실의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일이 아니라 화자 내부의 또 다른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제목이 ‘안녕 편의점’이다. 즉 시의 비대칭적 의미망이 확장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왕국(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