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아는 듯 악수를 청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누구인지
면발 위에 뜨거운 물을 부을 때나
믹스 커피를 저을 때까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잘 살지 않았으므로
누가 아는 체하면 두려움이 많았고
먼저 나가주길 바라지만
바깥은 지독히 더웠으므로
그를 의식하는 대신 무심한 편을 택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돈까스 도시락이 할인품목이며
아이스 바가 1+1 이라는 정보를 흘려주고 있다
나는 나를 모르는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는 각자 돌아와
일인으로 살며
일인의 시위를 하며
처음부터 일인이었던 일인으로
어디로든 나는 숨어들고 싶은 사람
한 시간 전의 일출이 한 시간 후의 일몰에게
자꾸 안녕하냐 안녕하냐
그딴 거 물어보지 마세요
◇이규리=1994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뒷모습’, ‘앤디 워홀의 생각’ 등.
<해설> ‘안녕 편의점’제목이 독특하다. 시를 잘 써놓고 제목을 잘못 붙이면 시의 의미망이 반감된다. 따라서 제목을 고를 때 신중에 또 신중해야 한다. 그만치 제목이 중요하다. 제목은 그 시의 얼굴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 시는 내부의 나와 내면의 나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악수를 청하거나 각자 돌아와서, 편의점의 싼 정보를 흘려주고 등등’의 문장을 볼 때 현실의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일이 아니라 화자 내부의 또 다른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제목이 ‘안녕 편의점’이다. 즉 시의 비대칭적 의미망이 확장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