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 승인 2018.08.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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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아이꿈터 아동병원장)


얼마 전 서울경제신문에 [의료기기 규제혁신의 ‘또 다른 축’]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내용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제한이 한의학 발전을 저해하며, 국민건강증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한 규제이자 적폐청산대상이란 것이었다. 필자는 그 논거로 한의대에서 해부학·진단학·영상의학 등을 배우고, 질환관련 의료기기실습도 하며, 국가고시에도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판독하는 문제가 4개(?)나 출제되는 점을 들었다. 또한 중국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한의사 격인 중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당하며, 국제학술지 논문의 경우 의료기로 측정한 수치 데이터가 부족해서 중국의 것이 더 많이 실린다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칼럼은 잘못된 글이다. 해부·진단·영상의학을 수 시간 배우고, 국가고시에 나오는 몇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 자격을 준다는 것은 의학을 그리고 환자에 대한 진료를 너무 가볍게 보는 처사이다. 한 명의 의과대학생이 전문의가 되기까지 11여년이 걸리며, 이 과정을 통해 책에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임상환자를 겪으면서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눈을 뜨게 된다.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엄연한 진료행위이다. 반드시 많은 시간의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어설프거나 잘못된 현대의료기기사용으로 인해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놓치는 경우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의 특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국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제한은 불공정한 규제가 아니며, 적폐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그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규제의 벽을 더 높여야만 한다.

중국의 모 대학교수가 쓰고, 2015년에 한국어로 번역된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선 한의학 폐지의 이유로 네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문화진보란 명분이다. 서양의학은 한의학에 비해 더 오랜 역사를 가지며, 내용 또한 더 풍부하다. 또한 16세기부터 화학과 의학의 성행으로 많은 발전을 하였다. 이후 DNA 구조가 발견된 20세기엔 유전자 의학혁명도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서양의학의 행보와는 달리 한의학은 과거의 약초학에 갇힌 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둘째, 과학적 명분이다. 한의학은 이론진술이 아직까지 과학의 영역내로 도달하지 못했다. 약의 성질을 다섯 가지 맛과 네 가지 기운으로 나누고, 인체의 내부 장기를 오장육부로 보는데,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어떠한 과학적 개념을 부여할 수 없다. 셋째, 생물 다양성 옹호라는 명분이다. 자연환경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약을 만드는 한약 종류는 상상 그 이상이다. 낭떠러지의 영지, 사향고양이의 음문, 호랑이의 음경, 그리고 원숭이의 뇌수 등은 독특하기에 약 중에서도 진귀한 것으로 여겨진다. 드물게 존재하는 동·식물 자원일수록 파손 당하는 것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넷째, 인도주의 명분이다. 한의학은 스스로를 인술이라 표방한다. 그러나 그 실체는 환자를 속이고 있다. 의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끊임없이 변화되고 발전하는 지식체계이다. 어느 특정한 역사 시기에 모든 질병을 이겨낼 수 없을 뿐 아니라, 특히 어떤 새로운 형태의 질병들을 신속하게 극복할 수 없다. 그러나 한의학은 줄곧 이 사실을 경시해왔다.

이처럼 비과학적이고 비현대적인 한의학을 우리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대한민국 한의사수는 23,845명이고(2017, 보건복지부통계연보), 매년 배출되는 한의사가 700여명이다. 너무나 큰 국가적인 인재 손실이다. 정부는 더 이상 한의대로 향하는 우수한 재원을 방치해선 안된다. 또한 지금처럼 의대와 한의대를 양립해 놓는 것은 인재 손실뿐만 아니라 엄연한 국력 낭비이다. 지금이라도 한의대를 폐지하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의료 정책으로 인해 희생양이 된 기존의 한의사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안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한의학의 재해석을 위해 의대 내에 한의학 연구소를 만들어 [한의학의 현대화 및 과학화 정책]에 쏟아 붓고 있는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역사는 이미 우리에게 해답을 주었다. 구한말 세계적인 흐름을 읽지 못하고 외국문물에 대해 쇄국정책을 펼쳤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더 이상 소모적이고 반복적인 한의학 살리기 정책이나 의학과 한의학의 갈등을 유발하는 의료정책은 국력 낭비이며, 하루 빨리 제도적 적폐인 의·한방 이원화를 청산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의료의 밝은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정부는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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