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의 국내외 정치무대
폭염속의 국내외 정치무대
  • 승인 2018.07.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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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잠시 요란한 빗방울 소리와 함께 장마철이 오는가싶더니 요염한 여인처럼 살짝 옆모습만 보여주고 사라져 버렸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대지진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는데 한국은 비켜갔다. 라오스에서도 댐이 무너져 수많은 이재민과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댐을 건설한 업체가 하필이면 한국의 SK건설과 서부발전회사여서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부실공사로 판명되면 막대한 피해보상이 예상된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내외 정치는 숨 쉴 사이도 없이 돌아가고 있다. 가장 관심이 쏠렸던 남북교류는 그런대로 풀려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스포츠 분야에서 탁구팀이 단일화로 우승성과를 이뤄냈으며 8월 중순에는 남북 노동자축구경기가 벌어질 예정이다.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된 이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의 트럼프 김정은 회담이 열리기까지 남북미는 숨 가쁘게 움직였다. 전쟁위기로 몰아가던 분위기를 평화무드로 바꾸며 도저히 타협하거나 만날 것 같지 않던 세 사람의 주역이 허심탄화하게 합의문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민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교차적으로 개최되며 최대의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적으로 끝맺음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분위기는 너무 성급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문·김의 판문점선언, 트·김의 싱가포르 선언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만 나왔을 뿐 ‘검증’ ‘불가역적’이라는 CVID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일성 김정일을 이어가며 3대째 서둘러온 핵무장의 집념을 아무 대가없이 내려놓을 김정은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유엔의 제재가 너무 강하여 경제적으로 파탄을 면치 못하게 된 북한이 핵을 폐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상회담의 목적이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비핵화를 약속하면서 이득만을 취했던 속임수를 이번에도 다시 사용하고 싶겠지만 한국과 미국이 모두 받아드릴 리 만무하다. 김정은이 한 달 사이에 중국의 시진핑을 세 번이나 방문하면서 어떤 언질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도 유엔의 제재에 동참한 입장에서 손을 떼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압록강 다리만 건너면 쉽사리 오고가는 신의주와 단동의 문을 슬쩍슬쩍 열어줘 북한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편법을 사용할 수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먼지만 날리던 단동에 북한노동자들이 상당수 들어왔고 물품거래도 활발하다고 하니 제제강도를 느슨하게 풀어준 것이 아닌지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만으로 북한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김정은으로서도 인민을 잘 살게 하는 경제부흥을 꾀하려면 한미가 갈망하는 핵 폐기에 동의하고 CVID를 공식화한 다음 개혁개방을 통해서 중국과 베트남 방식으로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것이 최선임을 왜 모르겠는가. 따라서 겉으로는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북미합의는 물 밑에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지 않을까. 그 첫 번째 조짐이 ICBM발사대 해체다. 그리고 미군유해 50구를 원산에서 미국에 인계한 사실이다. 트럼프는 이에 대하여 대단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김정은에게 감사와 신뢰를 보냈다. 지금 단계에서 유엔의 제재상황은 유지되어야 하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능수능란(能手能爛)이 필요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다.

북한이 핵을 만든 것은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이라고 강변해왔다. 미국의 압박에 대항하는 무기를 갖춘다는 뜻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으면 전쟁위험은 사라진다. 자위수단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을 명분이 없다. 미국은 이를 최대한 이용해야만 한다. 트럼프가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타가 인정하지만 싱가포르에서 보여준 협상력은 달인의 경지에서 한참 멀었다. 이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목매여 간절히 바라고 있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확실한 핵 폐기와 맞바꿀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트럼프외교의 최후수단이다. 비핵화의 시간표가 없다는 등의 맥 빠진 외교전술은 많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며 단호한 메시지가 아니다. 어차피 종전선언은 때가 되었다. 큰 것을 줘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국내적으로는 노회찬의 죽음이 추모정국을 형성했다. 드루킹으로 부터 돈을 받아야할 힘 있는 정당도 아닌 6석 정의당 원내대표가 무슨 돈을 받았을 것인가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졌는데 그는 유서에서 이를 시인하고 몸을 던졌다. 깨끗하고 유모러스한 인상 좋은 정치인의 투신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책임지는 정치인이 없는 풍토에서 노회찬처럼 울림을 준 죽음도 드물다. 6.13지방선거를 계기로 ‘한국의 보수는 죽었다’고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보수가 죽으면 진보도 따라 죽는다. 건전한 대결과 경쟁이 없는 사회는 일방통행 밖에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한국은 보수를 표방한 자유한국당의 몰락을 보며 비대위원장 김병준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 때마침 진보단체원을 자칭하는 몇 사람이 맥아더 동상에 불을 지르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맥아더는 6.25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유엔군사령관이다. 그의 동상이 미군주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끌어내리거나 불을 지른 것은 한미동맹을 짓밟고 싶은 종북행위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에도 해롭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좀먹는 행위다. 대한민국을 불태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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