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난 빈자리에
그대 떠난 빈자리에
  • 승인 2018.08.0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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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그대가 초승달처럼 절정을 향해 치달릴 때

하늘은 그을린 솥단지 바닥처럼 시커멓고

구름장은 한군데도 틈새가 없었다

사납게 일렁이는 나뭇잎들의 물결에

손금 같은 산봉우리들이 비를 맞으며

파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봄날 벌레처럼 의식은 벅찬 감흥으로 차올라

목련나무 잎들은 하나의 욕망이고

기도이고 눈물이고 회한이었다

그대와 마주치는 신비한 순간

나뭇잎들도 물보라 되어

몰려오고 솟구치고 날아다녔다

눈물 보다 더 비극적인 그대의 미소

어떻게 내 심장이 비둘기의 둥지일 수 있으며

어떻게 우리들의 편지들이 구구거리며

날갯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안개는 엉긴 우유처럼

짙어지고 있는데









◇이위발 = 경북 영양 출생.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해설> 그게 누구이든 인연의 빈자리는 늘 아쉬운 그리움이 있다. 더구나 그게 사랑하던 사람이면 더 그렇다. 그 빈자리는 모든 것이 다 짙은 회한으로 점철되고 또한 깊은 아쉬움이 날갯짓할 수 있을까를 반문하듯이….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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