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고정관념…우리들의 전쟁 이야기
결혼·고정관념…우리들의 전쟁 이야기
  • 황인옥
  • 승인 2018.08.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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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人 무언극 ‘살아남은 자들’18·19일 대구예술발전소일상의 크고 작은 힘든 상황판소리·스트릿댄스·인형술 등출연자 각자 옴니버스로 풀어내톡톡튀는 창의성·열정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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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극 ‘살아남은 자들’ 출연진 모습. 흥흥흥 프로젝트3기 제공

“잊을만하면 ‘시집은 언제가느냐?’ 다그치는 엄마와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는 사회 구성원들과의 관계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오영지)

“과거 전쟁 시에는 어린 소년들도 총칼 들고 싸우다 희생을 당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이라고 다르지 않은것 같아요. 공부 전쟁에 내몰리고 있죠.”(최준형)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아프고 참담했을까요? 그 마음을 위로하는 장면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박선미)

지난 5일 예술발전소에서 연습에 한창인 오영지, 최준형, 박선미가 선전포고를 했다. 대립된 이념이나 차지해야 할 영토 앞에서 총칼을 들고 싸우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라면서. 결혼, 고정관념, 억울함 등 일상에서 싸워야 할 대상은 수도 없이 많다고 했다.

그들의 전쟁 이야기 ‘살아남은 자들’ 공연이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에서 열린다. 오영지, 홍기쁨, 박선미, 강선구, 최준형 등 5인의 아티스트가 각자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전쟁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피폐한 감정을 무언극으로 녹여낸다.

공연의 기획과 구성, 소리를 맡은 오영지가 “한국전쟁 70년을 목전에 두고 ‘종전’이 화제다. 그러나 전쟁을 겪지 않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서두를 꺼냈다. “내면과의 싸움, 일상에서 경쟁자와의 싸움, 총칼 무기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서의 싸움 등 크고 작은 전쟁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상황과 감정을 관객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해요.”

주제인 ‘전쟁’을 풀어내는 틀은 판소리 적벽가다. 대사없이, 서양과 동양의 악기,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다. 판소리꾼의 소리와 거문고와 아코디언 연주, 스트릿댄스, 인형술만으로 출연자 각자의 전쟁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주는 것. “무거운 주제를 대사 없이 어떻게 풀어낼까? 동서양의 조화는 가능할까?”하는 우려반 호기심반으로 연습실을 찾았다.

우려는 기우였다. 연습이 진행되면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들 각자는 프로페셔널 했다. 아직 콘티(continuity)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호흡은 찰떡궁합, 각자의 표현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무엇보다 새로웠다. 그리고 신선했다. ‘예술은 새로워야 한다”는 예술의 대명제를 충족했다.

춤꾼 강선구가 “각자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며 “장르의 경계를 의식할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작업”이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몰입을 이끈 비결은 아티스트 각자의 역량과 합이었다. 참가 아티스트들은 면면은 그야말로 대구 최고 수준. 무더위도 날려버릴 열정과 톡톡 튀는 창의성, 탄탄한 연주력 등이 그랬다. 美 WOD대회서 1등과 1점차 2등을 차지하며 기염을 토한 지역 스트릿 댄스팀인 아트지의 리더 강선구와 전통과 현대예술의 콜라보로 전통소리를 재해석하는데 앞장서온 소리꾼 오영지가 춤과 소리를 담당했다.

여기에 대구 아코디언 연주의 대명사 홍기쁨, 러시아에 유학중인 젊은 감각의 연출자 최준형, 가장 오래된 현악기 거문고로 자신의 소리를 이야기하는 박선미가 가세했다.

이들이 논리와 직관을 오가며 각자의 예술적 역량을 전쟁이라는 주제 속으로 녹여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는 인형 등의 소품과 풍자적인 요소로 재기발랄하게 보완했다. 작지만 강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작품 탄생을 조심스럽게 예감했다.

소리꾼 오영지가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 ‘흥흥흥(흥내서 흥나니 흥난다)’의 3기 공연인 ‘살아남은 자들’은 18일과 19일 오후 4시에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에서 ‘수창홀에서 빛나다’ 기획 공연으로 열린다. 전석 무료. 053-430-12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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