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
말(言)
  • 승인 2018.08.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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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커피 : 7유로

커피 주세요 : 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 : 1.4유로’

이게 무슨 내용일까.

‘말의 품격’이라는 책의 저자가 프랑스 어느 지방 한 카페의 메뉴판을 소개한 책 내용이다. 손님의 말 품격에 따라 커피 값에 차등을 준 것이다. 예의가 부족한 손님에게는 커피 값을 더 받고 있었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중략...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에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이 작가는 책 안에서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 말 한 만큼 꼭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말은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품격을 갖춘 말을 사용하려 노력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거의 말로써 먹고사는 직업에 가까운 정치인들이라면 좀 다르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말을 아끼기도 해야 하지만 말의 격도 상당해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말과 글’이라는 유일한 생산물을 통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이윤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말과 글은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사회를 바꿀 수가 있다. 한데 그들의 말이 국민들에게 감동은 커녕 오히려 웃음거리가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에 대해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고 해 비판이 쏟아졌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더욱 잘못된 선택이며 이를 미화하는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 전해지자마자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은 홍 전 대표의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가운데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홍 전 대표에게 “아침마다 일어나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5번 복창해보길”이라고까지 꼬집었다.

한국의 정치판에는 유독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독설이 넘쳐난다. 그 대상은 늘 국정을 함께 논의해야 할 상대다. 상식을 벗어난 품격 없는 독설은 반드시 후유증을 남기고, 품격이 없는 정치인들의 말은 꼭 입 밖에서 나와 그냥 흩어지지 않고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품격이 없는 말을 자주 하는 정치인은 대체로 말의 힘을 아주 우습게 보는 것 같다.

말의 힘이라….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 중 엘비스프레슬리에 관한 글이 있다. 그 글은 엘비스프레슬리의 어머니가 다섯 살 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간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괴상한 복장으로 주술을 외우던 점쟁이가 아들의 얼굴을 뚫어질 듯 쳐다보고는 “얘는 마흔까지 밖에 살지 못하겠구먼” 이라며 혀를 차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소리를 그 자리에서 직접 들은 어린 엘비스는 점쟁이의 그 말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아주 뿌리 깊게 각인 됐다. 이 글은 그가 정상적으로 성장해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팝스타가 됐음에도, 마음속엔 그 때 각인됐던 짙은 불안감을 좀체 떨치지 못해 결국 마흔 셋 생일날을 일주일 남짓 넘기고는 운명을 마감했다고 써놨다. 이 글이 사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가늠하긴 힘이 들지만 아무튼 ‘말 한 마디의 위력’이 한 사람 인생의 전체에 얼마나 송두리째 개입할 수 있는지를 충격적으로 공감하게 했다.

이렇듯 대단한 ‘말 한마디’를 함부로 내뱉는 정치인은 품격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남을 주로 비하하는 말만 내뱉으면서 마치 그게 ‘촌철살인’이라도 되는 양 으스대다 자기가 뱉은 말의 귀소본능에 휘둘려 스스로 화를 입고 마는 덜 익은 정치인들을 보노라면 고소를 금할 수 없다.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독설을 유머로 무장해제 시키는 정치가가 오히려 돋보일 때도 있다.

‘링컨이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상대 후보가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몰아세웠다.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은 링컨은 “내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들고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분위기가 이내 반전됐다.’

정치인의 품격은 말로써 완성된다. 말 이라는 생산물로 사회를 바꿔나가려는 정치인들은 말 한마디를 정말 신중하게 내뱉아야 한다. 때론 강경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어떨 땐 재치와 유머를 발휘할 줄 아는 품격 있는 정치인의 말에 언제쯤 무릎을 탁 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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