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 필요해
학습이 필요해
  • 승인 2018.08.0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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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전통시장을 가까이하는 서민들에게 백화점이라는 곳은 어쩐지 낯설다. 찬바람이 불고, 파리가 미끄러질 듯 번들거리는 대리석 바닥에, 함부로 말을 하기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일까. 하지만 요즘의 백화점은 크게 달라졌다.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보다 더위를 식히려고 찾아온 나그네가 훨씬 많아진 것이다.

며칠 전, 나도 백화점에 갈 일이 있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고속버스터미널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따갑게 내려쬐는 햇볕에 걷는 것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해, 같은 건물에 있는 백화점 식당가를 이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주차장이 있는 지하에서부터 ‘만원’이라는 표시를 하고, 1층을 아예 지나쳐버렸다. 에스컬레이터로 8개 층을 올라가면서 바라본 풍경은 동네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인 것처럼 왁자지껄했다. 각 층마다 야외 카페 같은 다양한 형태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었으나,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만한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점심을 먹고 냉방 기운이 서늘하게 감지되기 시작할 때쯤 양 팔을 두르고 몸을 옴츠리며 음식점을 벗어났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같은 건물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넓은 매장에 손님이 꽉 들어차 있었다. 젊은이들이 대부분인 카페는 서늘하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져, 버스 예정시간보다 빨리 밖으로 나왔다.

도로 위에는 차량들의 행렬로 아지랑이가 이글거리고, 아파트나 건물들의 외벽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연신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사용량은 연일 일일최대치를 기록하고,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 등의 과열로 인한 화재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가 또 발생했다는 뉴스가 자막으로 흐르고 있다.

여름은 덥고, 겨울에 추워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런 때에 냉방기 가동을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가 지나친 냉방기 사용은 오히려 적응을 어렵게 하고, 냉방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이론이나 말보다는 매년 조금씩 높아지는 기온이 사람들의 의식변화와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눈앞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아우성을 하다가, 조금만 기온이 내려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관심해져버리니 걱정이다.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친구는 지난달에 등산을 위해 스위스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열차에서도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다니더라”는 말을 했다. 그래, 그곳 사람들이 더위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위를 받아들이고 땀을 흘릴 수 있는 자세가 준비돼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달라진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학습(또는 훈련)의 기회가 부족해 참을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대란이 걱정스러운 마당에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들 정도로 지나친 냉방을 하는 데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적당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달라진 기후에 적응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온열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일기예보 등 정보에 스스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 또한 지혜로운 일이다.

다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지하상가 등에도 사람이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모습들이 경기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표정이 썩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충동구매라도 하게 되면 얄팍한 지갑이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 40도를 넘나드는 극심한 폭염이 여러 지역에서 관측되고, 밤의 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해가 갈수록 기온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구의 현실이다. 하루빨리 분야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고, 빠르게 변하는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이 생활화되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에게도 학습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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