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풍선
구멍 뚫린 풍선
  • 승인 2018.08.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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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구멍 뚫린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어보자. 구멍이 뚫린 풍선은 바람을 아무리 불어넣어도 구멍을 통해 모두 빠져 버린다. 불어넣을 땐 어느 정도 모양이 갖춰지나 싶지만 이내 바람은 빠져버린다. 그래서 구멍 뚫린 풍선에 바람 불어넣기는 사실 불가능한 과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도 구멍 뚫린 풍선과 많이 닮았다.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구멍 하나를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큰 구멍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그 구멍은 남에게는 쉽게 보이지만 자신은 잘 보지 못하는 그런 구멍이다.

어떤 사람은 말투 때문에 늘 자신이 그동안 쌓아둔 점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사람이 있다. 자기는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안다. 그 사람은 늘 말투가 문제라는 것을. 하지만 본인만 모른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그들과의 관계가 비틀어지는지 잘 모른다. 그 사람의 삶에 나 있는 구멍은 바로 ‘말’의 구멍이다. 그 구멍을 막지 않으면 늘 바람은 빠져나가서 삶이 볼품없게 되어 버린다. 실컷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과 같다.

또 어떤 사람은 약속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약속을 하고, 잊어버리고, 또 새로운 약속을 하고 또 잊어버리고를 하루 세끼 밥을 먹듯 하는 사람이 있다.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내리는 평은 ‘사람은 참 좋은데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서 믿음이 안 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그와 함께 어울려 놀기는 할지 모르나 정작 중요한 일을 맡겨야 할 때는 그는 늘 그 일에서 제외된다. 믿음이 가지 않는 까닭이다. 그 사람의 구멍은 바로 ‘신뢰’의 구멍이다.

우리는 구멍 뚫린 고무풍선과 같다. 그래서 그동안 만들어 온 삶을 유지하려면(모양을 유지하려면) 우리 삶에 나있는 구멍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삶의 풍선에 바람을 채우고, 그 바람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빠져나가는 바람의 양만큼 혹은 그 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삶의 풍선 모양은 둥글게 유지가 된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구멍이 아주 미세하게 작거나 투입하는 양을 맘껏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있을 때는 크게 문제가 아니지만 구멍이 크거나 혹은 많거나, 아니면 자신의 에너지가 고갈될 때에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사람의 에너지는 로봇과 달라서 어느 정도 사용하면 고갈이 된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해서 바람이 빠지듯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그래서 언제나 펄펄 넘치는 에너지를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구멍이 있을 때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재미도 없고, 결과도 늘 초라하다.

구멍 난 풍선에 바람을 채우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구멍을 막는 것이다. 구멍 난 부위를 찾아서 스카치테이프 같은 것으로 막고 바람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면 풍선의 모양은 유지가 된다.

힘이 늘 넘칠 수는 없다. 어느 날 숨 한번 쉬기 어려울 만큼 힘이 빠지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삶에 나 있는 구멍을 막아야 한다. 임시방편이 아니라 바람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늘 살펴야 한다.

어디에서 바람이 새어 나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 구멍은 자신 혼자서 잘 찾기 힘드니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멍을 막아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만든 삶의 풍선이 모양을 유지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구멍 뚫린 풍선과 같다. 삶의 곳곳에 뚫려 있는 구멍을 막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늘 제자리걸음이고, 조금만 멈추게 되면 이내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 초라한 모습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우리 삶에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곳곳에 나 있는 구멍부터 막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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