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땜질보다 근본 수술을
전기요금 누진제, 땜질보다 근본 수술을
  • 승인 2018.08.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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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부담을 줄였다. 누진제 1·2단계 구간 상한선을 각각 100㎾h 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염이 근 한 달 가까이 지속되었으나 누진제 폭탄 우려 탓에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하면서 국민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대책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부대책의 실효성도 의심받고 있다. 기존 5만원가량 전기요금을 내던 가구가 최근 폭염 탓으로 7~8월에 최대 20여만원의 ‘전기요금 폭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에 고작 푼돈 정도의 할인혜택을 제공한 때문이다. 국민대다수인 1천500만 세대가 1.8㎾ 용량의 에어컨을 평균 10시간 이상 켜는 게 현실이다. 10시간씩 30일을 사용하면 540㎾h를 추가로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500㎾h 초과사용으로 22만856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하나 이번 대책으로 2만1290원이 할인된다.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는 눈가림 대책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치가 말 그대로 한시적이라는데 있다. 올해와 같은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한시적으로 땜질식 처방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앞으로 일상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에어컨이 가정의 생활필수품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누진제에 대해 “중장기 과제로 계속 검토하겠다”고 미뤘다. 전력낭비를 줄이는 누진제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전체의 13∼14%에 그친다. 누진제가 절전유도에 있다면 전혀 맞지 않는다. 일본도 누진제를 적용하나 최대 1.6배 정도로 우리나라의 3배와 비교가 안 된다. 미국 캐나다처럼 아예 단일 요금체계인 나라도 적지 않다.

누진제 구간별사용량을 늘리든, 요금인하 방식을 채택하든 빠른 결정이 맞다. 나아가 에너지 절약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전기요금체계를 철저히 분석해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매년 반복하는 ‘전기료 소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높다. 가마솥더위와 열대야에 심신이 지친 국민을 생각한다면 입법처리를 몇 년씩 지연시켰겠는가. 정부도 정치권도 폭염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모양새다. 2년 전에도 그랬다. 의원입법이 쏟아졌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여야는 당장 국회행정안전위원회부터 소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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