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잠고래
칼잠고래
  • 승인 2018.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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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기
그 여자 화장 지우고 올림머리 풀어 내리자

맹골수로에 숨어 있던 칼잠고래 한 마리 항구로 돌아왔네



우리가 잘못 쏘아 보낸 화살이었던 칼잠고래는

거대한 슬픔이었네 파란만장 성전(聖典)이었네



복사꽃 필 무렵, 올림머리 풀어 내리고 그 여자 폐허가 되었네



슬픔이 꽝꽝 얼어버린 칼잠고래는 돌아눕지 못하네



말의 홍수에 휩쓸려 죽기가 다반사인 궤변정국이었네



◇이중기=경북 영천 출생. 시집으로 ‘식민지 농민’, ‘숨어서 피는 꽃’, ‘밥상 위의 안부’, ‘다시 격문을 쓴다’, ‘오래된 책’, ‘시월’ 등.


<해설> 조류가 거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비끗 한 번 돌아누울 틈도 없이 칼잠 자던 고래였으니 그 고난의 파란만장한 삶을 말해 무엇 하랴. 게다가 삶의 올림머리를 풀었으니 봉두난발 즉,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늘날의 정국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안타까움이 있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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