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석탄반입, 업체 잘못으로 끝낼 일인가
北 석탄반입, 업체 잘못으로 끝낼 일인가
  • 승인 2018.08.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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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업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항구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실은 후 원산지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차례에 걸쳐 3만5,038톤을 불법 반입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해 수입업체 3곳과 수입업자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둘러싼 국내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원산지를 속여 들여온 수입업체에 있다. 하지만 석탄 반입을 막지 못한 한국 정부도 ‘제재의 구멍이 됐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당 수입업체들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국가와 거래하는 미국 외 제3국의 기업·은행 등에도 제재를 가하는 조치다. 세컨더리 보이콧리스트에 오르면 해외무역거래가 막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북한과 거래했다가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은행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단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한·미가 공조와 신뢰 속에 북한산 석탄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한·미 간 갈등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테드 포 미 하원외교위원회 테러리즘·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은 “북한산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한국기업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하니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소리(VOA)가 이 사건을 보도한 것도 우리 정부가 북한산 석탄에 대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미국정부가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라는 말도 있다.

더구나 미국과 유엔이 러시아에서 환적한 선박정보를 전달했고, 샤이닝 리치호가 제출한 가짜 원산지증명서는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데도 걸러내지 못했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4월 남북정상회담 등을 염두에 두고 눈감아줬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북한비핵화를 위해 빈틈없이 공조해야 할 한미양국 간에 빈틈이 생긴 셈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사건을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에만 잘못을 떠넘기지 말고 정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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