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여름방학
폭염 속 여름방학
  • 승인 2018.08.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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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고등학생은 8월 13일경에, 중학생은 8월 22일경에, 초등학생은 8월말에 개학하는 듯하다. 긴 여름방학이 끝나니 아이들은 싫은지 몰라도 엄마는 속이 시원하다.

이번 여름은 사상초유의 폭염이었다. 연일 35도에서 39도의 높은 기온으로 한밤에도 열대야로 잠을 설쳤다.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가축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노인들의 사망자수가 늘었다. 차안에서 어른을 기다리던 아이들 사망소식도 들렸다. 물을 필요로 하고, 더위를 식히지 못한 생명들이 더위에 죽어나갔다. 폭염은 생명을 죽이는 살인마다.

집집마다 살인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틀었다. 홍희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사무실을 나와 이동하는 10분간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이동하는 10분도 마찬가지였다. 웬만하면 선풍기도 안 켜고 지내는 홍희지만 정말이지 참기가 어려웠다. 집문을 열고 들어섰다. 서늘한 바람이 집안을 무릉도원으로 만들었다. 문 하나 사이를 두고 지옥과 극락이었다. 7시부터 9시까지 켰다가 끄면 30분도 안 되어 찜통이 되었다. 하루 3시간 정도 켜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도 5만원 정도 더 나온다고 한다. 5만으로 시원함을 살 수 있으니 그리 아깝지는 않다. 남편과 전기요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폭염으로 몸도 지치고 짜증도 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로 결론을 내고 찜통일 때는 시원할 정도로 온도를 설정해두고 장시간 켜기로 했다. 그리하여 밤에 뒤척이지 않고 달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만 있는 낮동안은 에어컨을 켜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누진제로 인한 전기세 때문이다. 너무 더워 더 이상 있기가 어려우면 아이들은 집가까이 있는 도서관으로 피신한다. 올해는 에어컨을 쌩쌩 틀어준단다. 공부만 하지는 않는다. 공공와이파이가 터지니 휴대폰으로 웹툰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한다.

부모가 맞벌이이고 공공도서관이 가까이 없고, 혼자서 왔다갔다하기가 어려운 아이들이 문제다. 날씨가 더워 음식물도 씽크대위에 올려둘 수 없다.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을 꺼내 데우고 먹기도 신경쓰인다.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이 만만치가 않으니 무한정 틀라고 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이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독거노인, 노숙인, 쪽방촌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노인돌보미, 지역자율방재단과 관련 시민단체를 적극 활용하고 열대야에 따른 무더위 쉼터 운영시간을 연장하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는 전기료가 많이 들고, 찜통교실에서 학습효과가 없어서 여름방학을 늘린다고 한다. 엄마인 홍희는 재난으로 평가받는 폭염에 맞벌이가정 아이들이 여름방학동안 홀로 재난을 당하는 것에 정부와 교육부가 재인식을 해주었으면 한다. 누진세를 완화하는 것도 모자란다. 누진세 폐지로 재난속 아이들이 시원한 여름방학을 보낼수 있기를 바란다.

홍희가 어릴 때 여름방학과 재난 속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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