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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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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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



감정도 철골도 없는

시멘트 구조물

바위 위에 엄격하게만 놓여진



전망대



뭍과 바다로 맞구멍이 뚫린 시선들을

촘촘히 거르는 초소



밤엔 바다로만 가늘게 그물의 눈길이 나간다

시선의 사각지대인 초소 옆으로는

책임감이 강한 철책이 나 있어서

굳은 바다와 무른 땅을 구획 짓는다



낮에는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곳

바위 그늘 아래,

사람들이 마시고 버린 맥주 깡통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것들은 밤이면 여전히 시끌벅적한 바람의 집이 되어

비군사적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는

초병의 뒷모습이 방한복으로만 지펴져 있다

총 맨 어깨 너머로

어떤 분단으로도 찢어질 수 없는

밤바다 파도의 달력이 꽤 구겨져 있다




◇이하석= 1971년 ‘현대시학’ 시 추천 문단등단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등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해설> 몇 년 전만해도 으슥한 해안가에는 다양한 초소들이 많았다. 이젠 거의 사라지고 앙상한 잔재들만 있다.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5연의 밤바다 파도는 어떤 분단으로도 찢어질 수 없는 달력, 즉 사람들이 아무리 찢어져라 총칼을 겨누어도 파도는 찢어지지 않는다는 우리 동족의 동질감이 가슴 뭉클케 한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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