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매화마을] 엄지·까치…발길 닿는 곳마다 옛 추억 ‘솔솔’
[울진 매화마을] 엄지·까치…발길 닿는 곳마다 옛 추억 ‘솔솔’
  • 배수경
  • 승인 2018.08.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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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매화마을
울진 출신 이현세 작가 몇 달간 설득
작품 주인공들 담은 만화거리 조성
만화카페 등 주민 소득사업 추진도
70년대 목욕탕, 역사관 리모델링
성류굴 등 연계 여행 프로그램 모색
울진매화마을5
울진군 매화마을에는 이현세 작가의 작품을 스토리텔링한 만화거리가 있다.

2018 경상북도 마을이야기-울진 매화마을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 한 문장만 듣고도 ‘공포의 외인구단’ 속 엄지와 까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작가 이현세는 만화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그의 작품이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다시 태어나고 있는 곳, 바로 울진군 매화마을이다.

매화천을 따라 홍매가 피고 마을이 매화향으로 가득차는 봄이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제법 오가는 이 마을에는 250가구 4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매화 5일장으로 북적이던 매화마을은 농촌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보통의 시골마을과 같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농사는 자급자족하는 정도이고 대부분의 주민이 상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일장의 쇠락은 마을의 존립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몰고 왔다.

울진매화마을7-만화주인공
공포의 외인구단 속 주인공들이 마치 실제로 걸어 나올 듯 생생하다.

이런 변화를 그냥 손놓고 바라보지 않고 매화마을 주민들이 ‘마을살리기’에 나섰다. 2015년에는 원남면이던 이름을 매화면으로 바꾸고 개발위원을 중심으로 버려진 페트병 2천개에 꽃도 심고 전신주에도 매다는 등 본격적인 마을 가꾸기를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것은 아니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던 마을주민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물고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이즈음 매화중학교 학생 15명의 꿈을 벽화로 그렸더니 반응이 꽤 좋았다.

”바로 이거다. 우리도 벽화마을을 만들어 보자.“ 각 지자체마다 벽화마을은 많이 있으니 매화마을만의 특별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이때 떠오른 사람이 바로 이현세 작가.

울진이 고향이지만 경주에서 자란 작가의 이름을 딴 만화거리가 이 마을에 생기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몇 달에 걸친 간곡한 설득에 드디어 이현세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매화마을의 담장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 매화면사무소에서 매화복지회관에 이르는 250미터의 벽에 50컷의 그림이 완성된다. 지금은 추가로 2차 벽화작업 중이다. 마을풍경과 동떨어진 벽화가 아니라 나무, 꽃, 풀 등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은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어린이들에게는 친근감을 전해준다.

집앞에 있는 파밭과 벽화가 어우러져 마치 벽화 속 어른이 파를 뽑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집앞에 있는 파밭과 벽화가 어우러져 마치 벽화 속 어른이 파를 뽑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벽화그리기에 선뜻 벽을 내어주는 것은 물론 그림그리기 좋게 자비로 담장을 새단장하는 주민도 생겨났다. 벽화거리 옆 해바라기 밭도 마을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해 만들었다.

마을을 걷다보면 논 한가운데 새마을마크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단층건물이 하나 눈에 띈다.

70년대 마을 부녀회원들이 연탄 팔아 땅을 사고 건물 올려 만든 공동목욕탕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2009년 2월에 멈춰있는 달력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마을에 현대식 목욕탕 건물이 들어섰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고생해서 마련한 곳이라 주민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장소다.

최근 리모델링이 결정되어 무인 휴게실을 겸한 매화역사관으로 바뀌게 될 예정이다.

만화거리를 조금 벗어나 매화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장날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곳은 세월의 흐름이 비껴간 듯 70년대의 거리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잘 보존하고 있는것도 매화마을이 가진 자산이다.

매화마을에는 이현세 만화거리말고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이현세 작가의 작품과 작가가 직접 추천한 책 1,500여권이 있는 만화도서관이다. 여기서 만난 매화초 3학년 김현서 양은 “학교가 끝나면 매일 여기로 와요.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있으면 부모님이 데리러 오세요.”라고 얘기한다. 이곳은 어느새 마을 아이들의 공부방이자 놀이방이 되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에게는 아주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만화도서관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맞은편 작은도서관은 마을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마을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영어,수학 공부방이 되기도 하고 미술학원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주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가 되기도 한다.

”책 안에서 모이니 수다도 건전(?)해요.“

주민수가 작은 마을도 아닌데 매화마을은 가족같은 분위기로 똘똘 뭉쳐있다.

정월대보름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주민화합윷놀이와 지신밟기를 하고 어버이날이면 70세이상 어르신들께 선물도 드린다. 복날이면 부녀회에서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을 모셔 백숙도 대접하고 총회때는 국밥을 끓여 함께 먹는다. 추석이면 고향으로 돌아온 출향민들과 함께 운동회도 연다. ‘매화사랑방’이라는 밴드를 통해 마을 소식과 대소사도 공유한다.

울진매화마을8-벽화
매화면사무소에서 복지회관까지 250m 길이의 담장에 이현세 만화 속 주인공들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이렇게 마음이 잘 통하니 아이디어도 샘솟는다. 마을주민들이 먼저 마음을 합하니 이현세 작가는 물론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최근에는 작가와 함께 만화거리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도 가졌다. 앞으로 기차를 활용한 만화카페도 구상중이고 만화 속 캐릭터로 주민 소득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옛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숙박시설과 엄마의 손맛 밥상 등으로 먹거리와 숙박을 연계시키는 방법도 모색중이다. 마을 가까이에는 성류굴과 울진엑스포공원,그리고 망양정이 있어 1박2일, 혹은 2박3일 여행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하룻밤 푹 쉬고 가고 싶은 고향같은 마을이 바로 매화마을이다.

김익종·배수경기자

“먹거리·체험거리 확충 도시민 힐링공간으로”
<황춘섭 매화마을 이장>

 

울진매화마을2
 
매화마을에 이현세 만화거리가 생기게 된데는 황춘섭(58) 이장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마을 토박이로 지금까지 쭈욱 마을을 지켜온 황 이장의 마을 사랑은 남다르다.

”혼자 생각해서 되나요. 초기에는 17명의 개발위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고 지금은 온 마을 주민들이 다 마을가꾸기에 아이디어를 내고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지금은 벽화만 있지만 앞으로는 먹거리, 볼거리, 체험거리를 풍성하게 마련해서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도시의 바쁜 생활에 지친 분들이 고향처럼 떠올리는 마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출향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마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볼만한 곳>

숙종에 '관동제일루' 하사받은 누각
◇망양정

동해안 일출명소로 손꼽히는 망양정은 조선시대 지어진 누각이다. 조선 숙종은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라 하여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현판을 하사했고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을 통해 그 절경을 묘사했다.

길이 135m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

TV예능프로그램 ‘백년손님’의 무대 후포리, 후포리 벽화마을도 유명하지만 2018년 2월 완공된 등기산 스카이워크도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최대 길이(135m)를 자랑하며 높이 20m로 동해 바다위에 우뚝 서 있는 스카이워크를 걷다보면 아름다운 후포바다의 풍경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스릴을 만끽하며 스카이워크 끝에 도달하면 의상대사를 사모한 선묘낭자의 설화를 모티브로 한 선묘룡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2억5천만년 간직한 '지하금강'
◇성류굴

천연기념물 제 155호 성류굴은 2억5천만년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1년에 0.4mm씩 자라나는 종유석, 석순, 석주들이 만들어 내는 지 하풍경이 금강산을 방불케 해서 ‘지하금강’이라고 불린다.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20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니 요즘같은 무더위에 더욱 인기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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