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물에 붙어살면서
한 번도 물에 빠져보지 못하는 몸
표피만 꼬집어보다가 그것이
물이다 한다면 너무 싱거운 일이다
허우적거려본 자만이
삶의 깊이를 잴 텐데
호되게 물 먹어본 자만이
숨 막힘을 맛볼 텐데
소금보다 짜다는 세상에
염분 한 모금 없는 민물 위
제 삶의 가벼움이
참을 수 없는 갈증인 소금쟁이는
수면에 가슴팍 바짝 밀착하고
다 들여마실 듯 날마다
깊은 수심을 들여다본다
◇이해리= 대구 출생. 1998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 라이프’.
<해설> 소금기가 있는 물가에 산다는 소금쟁이가 왜 민물에 살까? 물의 부력보다 더 가벼워서 평생 물속에 빠져보지 못한 소금쟁이가 왜 짠 바닷물에 살지 않을까? 너무 짜서 아니면 너무 파도가 심해서 참 희한한 소금쟁이의 일생.
삶의 깊이와 아픔조차 맛볼 기회를 잃고 물위에서 깊은 수심만 바라보면 일생을 건너가는 소금쟁이의 삶이 우습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