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것부터 생각하자(近思)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자(近思)
  • 승인 2018.08.1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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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교장
며칠 전 빌려온 도서를 반환하기 위하여 달성도서관에 가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앉을 좌석은 물론 서가 구석에 서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더운 날씨에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더위를 잊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릴 적 무더위 속에서도 시골 사랑방에서 동네 학동들이 땀을 흘리며 명심보감을 낭랑하게 읽던 모습이 떠올랐다. ‘널리 배워서(博學), 뜻을 독실하게 하고(篤志), 간절히 묻고(切問),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면(近思), 어짊(仁)이 저절로 그 가운데 있다.’는 내용이다. 그래 무엇이든 가까운 것부터….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자.’는 말은 ‘근사(近思)’이다. 이 ‘근사(近思)’는 명심보감 근학편에는 공자의 말씀으로 나오고, 논어의 자장편에는 자하(子夏)의 말씀으로 나온다. 자하의 말씀이 맞을듯하다.

명심보감은 어린아이를 가르치기 위하여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추적(秋適) 선생이 엮은 책이다. 명심보감 책에는 옛 성현들의 유교 교리와 사상에 대하여 써 놓은 금언이나 명구들을 옮긴 것이 많다. 추적 선생이 쓴 명심보감 판각본은 대구 화원읍 인흥서원(仁興書院)에 보관되어 있다. 대구의 자랑거리이다.

반면 자하는 공자의 십대 제자 중에서 문학으로 이름이 높은 수제자이다. 공자가 말한 ‘과한 것과 모자라는 것은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고사에 불급(不及)으로 나오는 그 제자가 자하이다. 유순하고 학문을 좋아 하였던듯하다.

과(過)로 나오는 제자는 매사에 적극적이며 의욕적인 자장(子張)을 말한다. 과감한 자장과 온순한 자하는 서로 상반된 성품의 소유자이다. 두 제자를 아껴서 공자가 단점을 지적한 말이 과유불급이다.

논어에는 인(仁)이 106번 정도 나온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어짊(仁)의 방법을 다양하게 일러주고, 제자들은 나름대로의 인(仁)의 실천을 학행(學行)하였다. 즉 학행을 일치시킨 것이다. 그 중에서 제자 자하(子夏)는 ‘박학(博學), 독지(篤志), 절문(切問), 근사(近思)’ 이 네 가지만 해도 어짊(仁)은 저절로 그 가운데 있다고 하였다.

서가에서 ‘근사록(近思錄)’을 찾았다. 중국 송나라 때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와 여조겸이 엮은 책이다. 책명 ‘근사록(近思錄)’은 자하(子夏)가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자.’는 ‘근사(近思)’에서 따온 말이다.

근사(近思)란 그저 일상생활에 대한 문제들이다. 구체적으로는 나의 주변에 가까운 문제부터 출발하여, 멀리는 깊은 이치에까지 미치도록 생각한다는 의미일 듯하다.

근사록(近思錄)에는 주희와 여조겸보다 한 세대(30년 정도) 빠른 주돈이, 정호·정이 형제, 장재, 소옹 등의 철학적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당시에 쟁쟁한 철학자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주희는 근사록(近思錄)에, 새로운 유학을 형성한 초기 성리학자들의 사상을 잘 정리하였다. 책을 통해 성리학 사상이 잘 전파되었고 새로운 국가의 통치 사상이 되었다. 그 결정적인 역할을 근사록이 하였다. 그래서 성리학을 주자학이라고 하기도 한다.

주희 이전 한나라와 당나라 시대엔 유학의 경전만 연구하였다. 경전의 문자나 어휘 어구 등의 연구에 매달려 있었다. 즉 진시황의 분서갱유 이후 옛 경서를 수집하고, 고증하고, 해명하고, 주를 달아가며 연구하는 훈고학에만 몰두하였었다.

우리나라의 성리학은 고려 말기 안향이 주자전서를 가져와서 부터이다. 이색, 정몽주, 길재, 정도전, 하륜, 권근 등이 유명한 성리학자들이다.

16세기에 성리학을 꽃피운 학자는 이퇴계와 이율곡이다. 이(理)와 기(氣)의 개념에 대한 논쟁이 학자들 사이에서 있었다. 이때 인간 심성의 구조를 파악하고, 내성적 실천 철학에 대한 새로운 유학 사상과 우주의 생성과 구조에 관한 학문적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퇴계는 ‘근사록(近思錄)’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특히 퇴계의 성리학은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주희의 성리학보다도 더욱 진전시킨 조선의 성리학은 후기 실학자들을 잉태시킨 모태가 되었으리라.

근사록에 ‘욕심을 막기를 물을 막듯이 하라.’고 하였다. 덥다고 짜증만 낼 일이 아니라 욕심을 조금 덜 부리자는 마음이 근사(近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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