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안아주는 세상
서로 안아주는 세상
  • 승인 2018.08.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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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
학교대학원 아동문
학과 강사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서 소중한 인권이 빼앗겨도 대항하지 못하고 치욕스럽게 감내하다가 제 목소리를 겨우 내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참으로 누구나 당당하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정말 인간적으로 순수하게 서로 위로하고 안아주며 사는 세상이 더욱 그리워진다.

서프라이즈 TV에 1년 전부터 수십만 조회 수를 올리며 ‘인큐베이터 안에서 죽어가는 쌍둥이를 살린 이야기’ 동영상이 떠돌고 있다. 그들 자매(언니 브릴리에와 동생 키리)는 12주나 조기에 세상에 나와 살 가능성이 희박했는데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모든 의료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자, 한 간호사가 동생의 인큐베이터에 언니를 함께 넣었다. 언니가 끌어안듯 팔로 동생을 감쌌고 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 동생도 안정되어 갔다. 어떤 의료적 치료보다 인간의 온기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었다는 증거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실화였다.

이런 인간의 온기가 얼마나 놀라운 힘을 지녔는지, 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서도 증명된 사실이 있다. 위생을 중시해서 고아들을 격리해 키운 고아원에서는 격리하지 않고 키운 고아원보다 아동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이에 대한 원인을 실험해보기 위해 위스콘신 대학 해리 할로우 교수가 아기 원숭이에게 ‘철사로 만든 우윳병 달린 엄마’와 ‘헝겊으로 만든 우윳병 없는 헝겊엄마’를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철사엄마’에게는 가지 않고 ‘헝겊엄마’에게 안기더라고 했다. 야생동물도 자기가 어려울 때 인간이 도와주면 인간의 온기에 모성애를 느끼며 살려하지, 야생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야생으로 되돌려 보낼 때는 야생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까지 시켜 보내야 한다. 이렇듯 인간이나 동물이나 태어날 때부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서로 안아주자는 ‘프리 허그 운동’을 2001년에 미국에서 처음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오가는 광장에서 ‘누가 나를 좀 안아주세요. 나는 외롭답니다.’ 하는 팻말을 들고서 있다든지 ‘누구나 외로운 사람은 오세요. 제가 좀 안아드릴게요.’ 하는 팻말을 흔들고 있다가 허리를 안아주거나 안겨 토닥임을 받아보며 위로 받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교사시절, 1984년부터 우리 반에서 ‘안아주는(허그) 사랑해요 인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등교해서 담임과 서로 껴안으며 “선생님, 사랑해요. 그런데 어젯밤에 우리 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어요.” 자랑도 하고, “어제 우리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을 해서 아침도 못 먹고 왔어요.” 고자질을 하면 “쯧쯧, 배 고프지? 이 우유라도 가져가 먹어!” 하며 아침 대용식을 챙겨주기도 했다. 오후에 집에 갈 때도 “선생님, 사랑해요. 그런데 정현이가 저한테 똥침하고 아이스케키 했어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가 귓속말로 장난질을 일러바치면 억울한 일을 더 이상 당하지 않도록 알게 모르게 지도해나가기도 좋았다. 물론 어른인 나도 힘들 때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안겨 응석을 부리며 속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힘 내세요. 난 선생님이 좋아요.” 하며 고사리 손으로 보듬어주는 꼬맹이들의 어깨 감싸줌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던가?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온기 충전의 허그였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다. 나는 늙고 제자들이 덩치가 쑤욱 쑤욱 자라 길거리에서 만나면 제자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선생님, 사랑해요. 보고싶었어요.” 하며 안아주는데, 나는 뒤로 물러서며 “아이구 징그러워. 저리 비켜 봐!” 하게 된다. 이를 두고 누가 ‘미투’로 고발할까?

세상은 갈수록 삭막해져 함께 열흘씩 패키지여행을 가도 서로 이름도 모르고 지낸다. 제 집 속에서 혼자라는 고독을 달래며 사는 달팽이를 닮아가는 인간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용기 내어 뛰어나와 서로 다독여주고 안아주며 온기 나누며 사는 세상을 일구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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