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도 이제 현대화가 필요하다
허준도 이제 현대화가 필요하다
  • 승인 2018.08.19 2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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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ㆍ든든한 병원 대표원장
박준우 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ㆍ든든한 병원 대표원장

 

9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있었다. 내가 의대로 진학한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던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가 바로 '허준' 이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동의보감과 허준에 열광을 했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스승의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 중국의 의학을 우리나라에 맞추어서 동의보감이라는 책을 만들어 내는 그런 드라마였던 걸로 기억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보약을 먹고 있을 것이며, 허리를 삐끗하거나 발목을 삐면 한의원에 가서 피도 뽑고, 부항도 뜨고 물리치료도 할 것이며, 태양인이니 소양인이니 하면서 각기 다른 사상체질에 따라 음식까지도 가려서 먹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치료들이 다 그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름의 치료에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전 국민 중에 이런 한방 치료를 한 번도 안 받아 본 사람은 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진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유독 한의학에 대하여는 너무나도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막연한 동경과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얼마 전 30대 여자가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봉침, 벌독을 이용하여 치료를 한다는 원리를 내세워 허리가 아픈 환자에게 시술을 하다가 급성 약물 쇼크인 아나필락틱 쇼크가 일어나서 사망을 한 것이다.
사망한 망자가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일이 또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 일이 일어나고 나서 한의학 쪽에서의 대처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한의원에도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응급으로 쓸 수 있는 에피네프린을 구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 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에피네프린의 작용 기전을 알기나 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며, 정형외과 의사인 나도 학교 다닐 때 배우긴 했으나 실제로 그런 쇼크가 발생하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용량으로 어떻게 주는지 확신이 없어서 내과 의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한 번도 배워 보지 못한 약을 그렇게 쉽게 쓰겠다고 얘기를 하는 건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쇼크가 발생하면 침 한 방 주듯이 그저 주고나면 회복이 되는 걸로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그 약은 환자에 따라 용량도 조절해야 하며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그러한 약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사 협회에서 반대하고 나서니 또 하는 말이 환자의 생명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 호도하는 한의사 협회와 일부 언론을 보고 있자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밥그릇 싸움으로 보여지는가? 하지만, 냉철히 생각해보자.
의사 한명이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6년간의 대학 교육을 받고 다시 인턴과 레지던트를 5년간 수료하고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임상에서 경험을 해야 책에서 보던 대로의 치료를 할 수가 있다. 환자들이 많이 찾는 소위 명의들이 책만 많이 본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환자를 직접 대하면서 수많은 실수도 하면서 얻는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약 동의보감 책 몇 줄 읽고서는 그걸 직접 환자에게 시도를 하거나 배우지도 않은 침술을 시도하거나, 서로의 상호작용도 모른 채 마냥 좋은 것들만 섞어서 보약이라고 만들어 판다면 그게 제대로 된 치료가 될 수가 없지 않나?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치료들이 과연 과학적으로 얼마나 입증이 되어있는지 냉철히 돌아보고 바로 사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한의사협회에서 골다공증 진단기나 초음파, 엑스레이 장비 등을 사용하겠다고 얘기했다가 보류된 일이 있다. 한의사들이 전혀 배우지도 않고 해보지도 않은 의학 장비들을 너무나도 쉽게 너무나도 당연히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개탄했었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마루타로 삼아서 자신들의 이익을 찾겠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배우지 않은 장비로 진단을 하다가 오진을 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료일원화 밖에는 없다고 본다.
과학적으로 입증을 하면서 왜 동의보감에 나오는 얘기들이 맞는지 의학적으로 임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의대에서 한의학을 교육하여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접목시켜서 발전을 시켜야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을 대대로 물려주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시대가 변하면서 한의학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해서 한의학에서 어설프게 현대의학의 약과 진단 장비를 억지로 끌어다가 붙여서 명맥을 유지하려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인 국민들이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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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lie 2018-08-21 13:28:56
문제군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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