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민물이 몸을 섞는 하구에서
썰물을 따라 빠르게 안겨드는 민물이여
어화(漁火)가 먼저 뜨고서 이어서 둥둥이라
모래톱을 길게 돌며 서성이다 돌아오면
휑하니 바람만 불고 오지도 않는 님
온데도 간데도 없는 모래 벌 위 자취여
나 이러고 서 있을 거요
얻음과 버림의 경계에서
한 자국 디디면 나락(奈落)으로 떨어지는
생과 사
서슬이 퍼런
방황의 끝
결절(決折)이여
◇임술랑=경북 상주 출생.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시조, 2003년 불교문예로 시 등 단. 시집 ‘상 지키기’, ‘있을 뿐이다’
<해설> 방황이 결절(판결)로 확정되었으니 썰물처럼 쓸려간 이별의 삶을 추스르고, 못다 한 지난날의 아쉬운 그리움을 회상하며 하구에서 기다리겠다는 화자의 비장미가 밀물과 썰물로 환치된다.
하구는 늘 혼자다. 밀물과 썰물이 한 번씩 빈자리를 채웠다가 다녀가는 얻음과 버림의 경계선에 있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