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풍속도
휴가철 풍속도
  • 승인 2018.08.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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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아직도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가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어느덧 여름이 절반의 모퉁이는 돌아 나온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된다.

올여름 폭염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몰려든 국제공항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름성수기(7월21일부터 8월19일), 인천공항 이용객은 614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8%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내 여행지 또한 산과 바다, 계곡 할 것 없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휴가는 꼭 어디로 떠나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이 계절 어디를 가나 휴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임이 분명해 보인다. 폭염과 열대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이,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나도 잠깐 시간을 내어, 특별할 것 없는 사람 구경을 하기로 했다.

첫날 저녁은 부산 광안대교의 화려한 조명을 바라보며 해수욕장 주변을 느릿느릿 걸었다. 밤낮을 분간할 수 없는 그곳은 여전히 사람들로 들끓었다. 넓은 카페에서 시끌벅적 대화에 열중인 청춘과 군데군데 젊은이들이 목청을 돋우며 끼를 발산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자유로웠다. 이튿날은 해운대로 갔다. 사람들로 넘실대는 바다와 여름 낭만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내친 김에 동백섬을 한 바퀴 돌고, 특급호텔 로비에서 쉬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몇 군데를 들러보아도, 여행객들로 붐비는 호텔 로비는 지나던 길손이 편안하게 쉴 만한 곳은 아니었다.

북적이는 국제공항과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니, 빈부 격차의 현장을 목격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더불어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체감실업률로 우울한 서민들의 한숨이 무색해지는 것 같았다. 특히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40대의 실업률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니, 앞날이 더욱 어두워 보인다.

한 술 더 떠,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한 반갑지 않은 언론보도도 있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와 영국 사우샘프턴대의 공동 연구진이 앞으로 5년 간 지구가 이례적으로 더울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온난화 효과뿐만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요인이 지구온난화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구 기후의 ‘내부변동성’으로 인해 그동안 평균적으로 나타났던 온난화 경향을 벗어나 예외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일 개연성이 커, 이 기간 중 비정상적으로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는 있지만, ‘예외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일 것’이라니…. 111년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로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한 폭염과 열대야에 얼마나 더 심각하게 숨이 막혀야 된다는 말인지, 다가올 여름이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미리 대비를 하는 것만이 피해를 줄이는 일이다. 정부에서는, 빠른 고령화로 날로 증가하고 있는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매뉴얼을 준비하는 등 재난에 대비한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오래된 아파트의 변압기 교체를 유도하고, 냉방기 사용에 대한 전기요금 등 서민정책도 땜질식 처방이 아닌 분명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휴가철 풍속도 역시 달라져야 될 것 같다. 휴가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일 뿐,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휴가를 위한 휴가 또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휴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하며, 건강 또한 뒷받침이 되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리를 해서라도 어디로 떠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휴가 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이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지하철역사 등 공공시설에 지역마다 ‘무더위 쉼터’가 지정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공공기관에서 시민들을 위해 무료 물놀이장을 운영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몇 년 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의 일이다. 개인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휴가 방법을 찾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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