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혁신의 대구
소통과 혁신의 대구
  • 승인 2018.08.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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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대구시는 민선7기 시정슬로건(안)에 대해 시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슬로건 후보로,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대구혁신’, ‘시민을 행복하게, 대구를 스마트하게’,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슬로건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영진 시장이 6기 때 내세운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대구혁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최고의 슬로건이다. 새로 만들 슬로건에 지난번 것이 포함될 정도로 대구시도 혁신과 행복을 놓치기 싫은 모양이다.

요즘 새로 나온 대구시 광고 카피처럼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을 정도로 권시장은 서울, 대구를 오가며 열심히 일했다. 국가산단에 대기업 유치 등 성과도 적지 않다. 권시장은 시청앞 1인 시위자를 위해 파라솔까지 설치해 줬다. 시위대 주장을 다 들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더위라도 피하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시위대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며 나름대로 소통의 모습도 보여줬다.

그런데 날마다 시청에 들어가면서 마주하는 현관 문은 소통이 아닌 것 같아 답답하다. 시청 출입구 유리문에 ‘소통과 혁신의 대구’라는 글이 선명한데 그 위에 ‘닫혔음(CLOSED)’이라는 팻말은 왜 그렇게 보기가 싫을까. ‘소통과 혁신의 대구는 지금 닫혀있다’는 의미로 읽힐까 두렵다. 시민들이나 외부에서 대구를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한다면 ‘닫혔음’ 대신에 다른 문구를 생각할 수는 없었을까.

민선 7기 첫 간부인사에서 토목건축 등 주로 기술직이 국장을 맡던 자리가 모두 행정직으로 채워졌다. 시청 주변에서는 건설이나 토목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는 이들이 승진 발탁된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밖에 신임 모 국장은 권시장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퇴임을 6개월 남기고 승진했다.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간부는 업무 파악만 하다가 퇴임 할 수 있어 승진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권시장의 인사원칙이었기에 이를 보는 공무원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기술직으로 해당 부서 경험이 많아 예외일 수는 있지만 굳이 6개월만 일하다 갈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전임 모 국장은 1년을 남겨 놓고 승진했지만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채 시간만 보낸 경험이 있기에 이번 인사가 더욱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 누가 올 것인지 관심이 많았던 신임 정책보좌관은 역시 C고 출신이 발탁됐고 교통연수원장, 섬유개발연구원장 자리는 대구시의회 출신으로 권시장 선거캠프에 있던 인사들이 속속 임명되고 있다. 논공행상이야 그들의 일이니 해당분야 전문가가 오든 말든 접어두자. 내부 인사만 두고 보자면 공무원들 사이에는 결국 줄을 서지 않으면 승진하기 어려운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 공무원노조는 이번 간부인사에 대한 논평에서 “직원들의 속내가 분통을 넘어 비통의 수준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평했다.

권시장은 이번 민선7기 시장을 끝으로 다음 시장 선거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최근에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변화와 혁신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혁신은 자기 사람이 아니라도 출신에 관계없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 원칙에 맞게 인사를 할 때 겨우 시동이 걸릴 정도로 어려운 것이 아니던가. 소통과 혁신이라는 글자를 소중히 여긴다고 소통과 혁신이 되지는 않는다. 이번 승진자들을 함부로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철학이 맞는 사람과 일을 하려는 것을 비난만 해서도 안된다. 다만 그 일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냐는 것이다. 능력이 없다며 한직으로 자청해 내려갔던 사람까지 알뜰히 챙겨 승진시킨다면 고개를 갸웃거릴만 하지 않은가. 대구는 지금 취수원 이전, 수돗물 오염 비상, 대구공항이전 등 난제가 쌓여있다. 능력있는 공무원이 제 자리에 있어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술전문분야를 홀대하고 고시 출신을 우대하면 일반직, 기술직 공무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만에하나 이번 인사가 지연·학연으로 얽힌 이들에게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혀준 것이라면 대구의 미래가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부서를 통솔해야 할 지휘자가 권위를 갖추지 못한다면 아래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기는 쉽지 않다. 인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분노하고 자조하는 직원들이 많은 조직이 혁신될 수 있을까. 새로운 시정 슬로건 후보에 혁신이 들어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주제넘게 인사에 대해 끄적거려 봤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찍히면 인사 불이익을 당하듯,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발걸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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