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슬
우슬
  • 승인 2018.08.21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유리


울릉도 성인봉을 다녀온 그 해 여름

다리가 퉁퉁 부어올랐다

오르기는 온몸이 올랐으나

책임은 무릎이 졌다



40대의 어머니께서 무릎이 아팠던 그 겨울

아버지와 나는 말짱아리라는 풀뿌리를 캐러

겨울의 복숭아밭을 헤매었다

마디만 남아있는 풀이었다



삼촌은 젊은 시절 아버지를 따르던 여자가 많았다고

서울대 문리대를 나와 마산에서 교편을 잡던

아버지의 그녀는

지금쯤 요양병원 휠체어에 앉아

요양사들의 뒷담화를 모르는 척 들으며 잘 늙어가고 있을까



엄마의 그때 나이를 지난 나는

가끔 무릎이 아파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정형외과 골목에서 마디가 푸른 쇠무릎 풀을 보고

그동안 마디가 나를 세웠음을

나의 아픈 마디라도 두드리며 가야 한다는 것을

그 겨울 아버지는 복숭아밭을 헤매며 가르치고 싶었던 것일까





◇장유리 = 경남 삼랑진 출생. 1999년 시와생명으로 등단.



<해설> 무탈하게 긴 시간 동안 황야를 달려온 발과 다리가 마디마다 우슬우슬 아파온다는 화자의 통념적 자탄이 비애로 다가온다. 그 때의 어머니와의 상관관계에서 오늘의 화자를 유추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에 정감이 간다. -제왕국(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