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다가와도 문 열지 않는 식당
점심시간 다가와도 문 열지 않는 식당
  • 김지홍
  • 승인 2018.08.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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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시장
남문시장은 중형마트 위주로 손님들이 오갔지만 시장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김지홍기자


◇전통시장상인들 “폭염에다 최저임금까지.. 올해가 최악”

“돈이 어디로 다 빠지고 없데이. 날 풀리면 나아질랑가.”

21일 오전 11시. 서구 신평리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한 상인이 가격을 깎아달라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상인은 “죽을 맛이데이. 매년 죽을 맛이라고 캤지만 이만큼 어렵지는 않았능기라”고 혀를 내두른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님 장바구니에 고추를 더 얹어주며 “다음에 또 꼭 오이소”라고 미소를 띈다.

시장은 한산하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지만 시장 곳곳에 있는 식당에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다. 상인들은 매장마다 업종을 변경하거나 문을 아예 닫아버린 경우도 많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올해는 폭염·수돗물 대란까지 겹쳐 치명타를 겪었다고 하소연이다.

수십년째 이곳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황화자(여·74)씨는 폭염으로 며칠 문을 닫았다. 황씨는 “좋은 물건을 내놔도 팔리지 않아 썩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폭염에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고 손님은 손님대로 밖에 나오질 않으니 장사하는 데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는 “물건도 안 팔리고, 덥기는 어찌나 더운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한동안 쉬었다”며 “정말 이번만큼 안 팔리는 건 처음이다. 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일주스 가게를 운영하는 김광희(60)씨도 “과일 가격이 올랐지만 여기에 맞춰 주스값도 올리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지난해보다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전한다.

최근 시장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들어온 청년상인들도 대부분 시장을 떠났다. 상인들은 “손님 자체가 오지 않는데 젊은이들이 견뎌내기 힘들었을 끼라”며 입을 모았다.

점심때 쯤 찾아간 시간 달서구 두류종합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시장 곳곳에는 임대 문의·점포 정리 등이 적힌 현수막이 나부낀다. 시장 내 중형마트 위주로 손님들이 오갔지만 시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중구 남문시장은 적막하다 못해 스산함 마저 감돈다. 문을 닫은 가게가 손님맞이를 끝낸 가게보다 많을 정도다.

만나는 상인 대부분은 첫 마디가 “힘들데이”였다. 시장 주변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8)씨는 “전통시장도 대규모가 아닌 동네시장들은 거의 먹고 살기 힘들다. 이렇게 서서히 죽어가는 것 같다”며 “당장 장사를 그만 둘 수 없어 매일 문을 열고 있지만 사실 희망이 없다”고 씁쓸해 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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