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시작한 자영업, 최저임금에 절망
희망으로 시작한 자영업, 최저임금에 절망
  • 강선일
  • 승인 2018.08.21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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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문 닫는 대구
“재료비·인건비 등 다 오르고
수익은 줄어 더 이상 못견뎌”
개업 10곳 중 7.6곳 폐업 현실
취업자 30% 자영업 감안하면
지역 경제기반 마저 붕괴 우려
북구3단공
3공단에 나붙은 ‘임대·매매’ 현수막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 내 전봇대와 교차로 가로수, 공장 입구 곳곳에 ‘공장 임대’ ‘공장 급매매’ 등의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나부낀다. 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에도 공장 임대나 매물을 안내하는 현수막과 종이가 가득하다. 홍하은기자
“재료(제품)비·인건비는 오르지예, 임대료(집세)는 비싸지요, 남는 건(수익) 갈수록 줄어들고, 견디기가 힘들어서…”.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다 이달 초 결국 문을 닫은 김남욱씨(52·가명)는 21일 본지 기자에게 폐업 이유를 단 네마디로 짧게 표현한 후 담배만 연신 피워댔다. 부인과 2명의 자녀를 둔 김씨의 눈시울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김씨는 2014년부터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조그만 동네슈퍼를 운영하다 편의점이 잘된다는 주변 입소문을 듣고, 2016년말 편의점을 열었다가 채 2년이 안돼 장사를 접었다. 그동안 제품단가 인상이나 대출이자, 임대료 등은 견딜만했지만, 올들어 최저임금 상승과 금리인상, 이에 따른 임대료 상승 부담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돈방석’을 꿈꾸며 창업에 뛰어든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벼랑끝 위기로 내몰리면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대구경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20대에게는 ‘창업의 희망’으로, 40∼50대에겐 ‘제2의 인생’으로써 직업적 새출발의 역할을 해 온 자영업(개인사업)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의 기반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고)

21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자영업은 10곳이 문을 열면, 7.6곳은 문을 닫을 만큼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다. 폐업신고 이유로 10명 중 5명이 ‘사업부진’과 ‘양도·양수’를 꼽은데서 잘 나타난다.(본지 8월20일자 1면 참조) 올해 7월 기준 대구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포함) 수는 34만2천명으로, 전체 취업자수 124만9천명의 30%에 육박한다. 대구지역 취업인구 10명 중 3명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는 40∼50대다. 결국 자영업의 위기는 일자리 감소 및 동네상권 붕괴와 함께 상가 공실률 증가 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은 물론 지역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날렸다. 단적인 사례로 올 2분기 대구지역 집합상가 공실률이 25.5%에 달해 이들 상가 4곳 중 1곳이 비어있다는데서 잘 나타난다.

지역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자영업의 위기상황은 재료비·운영비, 대출원리금 상환액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때문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실상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전반의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인건비와 상가 임대료 등의 물가상승을 부추겨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주 중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역 경제계는 “지역 자영업 몰락은 대구경제의 불황과 업종간 과당경쟁, 얼어붙은 소비심리 등의 인구사회학적 요인도 있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과 이 중에서도 최저임금 정책에서 가장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다각적이고도 총체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선일기자 ksi@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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