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통해 B를 얻다
A를 통해 B를 얻다
  • 승인 2018.08.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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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어린애부터 노인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강호동은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을 위해 어린 나이 때부터 꿈을 키워왔던 사람이다. 아마 강호동의 소원은 씨름판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나아가 은퇴 후 후배와 제자들을 가르치며 평생을 씨름판에 자신의 뼈를 묻는 것이었다. 평생 씨름판에만 있을 것 같았던 그가 지금은 씨름판이 아닌, TV 방송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평생의 소원으로 생각했던 A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실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실패가 아닌 더 큰 성공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A(씨름)를 통해 B(방송)를 얻은 사람이다.

예전에 상담실에 한 어머니가 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방문을 했다. 이유는 중학생 아들이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음악만 좋아해서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했다. 자녀의 장래가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수 없는 가수 지망생들이 있고 거기에서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TV에 얼굴을 비추고 음악으로 돈을 벌고 있다. 그 어머니 역시 같은 걱정이었다. 그래서 아들을 음악을 그만두게 하고 공부를 하게 했으면 싶은 것이었다. 학생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학생과 상담이 시작되고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머니의 말대로 아들은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오로지 기타 연주와 노래에만 관심이 있었다. 두 번째 상담에는 기타를 가져와보라고 얘기했다.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상담실에서 들려준 그의 노래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음악적 재능은 단순한 취미로 하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실력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그는 상담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가 들려준 좋아하는 노래, 가수, 그리고 앞으로 생각하는 음악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의 꿈은 가볍지 않았고 진지했다. 약속된 몇 회의 상담을 마칠 때쯤 필자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그가 음악을 계속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모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대신 그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상담을 종결하는 날 학생의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필자가 그의 어머니에게 들려준 말은 이랬다. “어머니 저는 아들이 음악을 하는데 찬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도 걱정보다는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믿어주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그가 잘할 수 있고,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는 일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가수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선택하더라도 지금의 경험이 상당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이 되었건, 아니면 또 다른 도전이 되었건, 지금의 성공 경험이 모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억지로 막게 해서 ‘좌절의 경험’을 주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하게 해서 ‘성공의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보여 집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아들과 대화 나눠보시고 아들의 꿈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걱정 어린 마음으로 상담실을 찾은 어머니와 학생이 상담이 끝날 때는 모두 웃고 있었다. 학생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어 기뻤고, 어머니도 아들의 꿈을 걱정보다는 박수로 함께 해주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경험)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훗날 자신의 삶에 모두 재사용되어 이전의 경험으로 현재의 경험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A가 안되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A는 B와 C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었는지 모른다. 세상에 공짜 없고,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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