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미 ‘경쟁자 힘 빼기’ 효과
“한 달간 합숙하며 작전 논의
선두 제치고 5㎞ 전력 질주”
‘한국 도로사이클 간판 스타’ 나아름(28·상주시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도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나아름은 22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수방 일대 도로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도로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104.4㎞ 구간을 2시간 55분 47초 만에 통과, 12개국 21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나아름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도로독주 금메달을 이어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개인도로(individual road race)는 모든 참가자가 한 번에 출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가 이기는 ‘사이클 마라톤’이다.
나아름은 선두그룹을 유지하다가 4.7㎞를 남겨둔 오르막 구간에서 단독으로 치고 나가는 데 성공한 이후 금빛 독주를 펼쳤다.
한국 사이클이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02 부산 대회 김용미 이후 16년 만이다.
종목 이름에 ‘개인’이라는 단어가 붙지만 ‘팀플레이’가 중요한 종목이다.
나아름은 이날 같이 레이스를 펼친 이주미(29·국민체육진흥공단)의 희생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주미는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 선수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주미가 경쟁자들의 힘을 빼준 덕분에 나아름은 막판 약 15㎞를 남기고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갔고, 언덕 구간이 시작한 약 5㎞ 지점부터 단독 질주를 펼칠 수 있었다. 나아름과 이주미는 레이스 중에 서로 물을 건네주거나 뿌려주며 힘을 냈다.
이주미는 자기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2시간 57분 40초로 8위를 기록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나아름은 약 한 달 전부터 이주미와 같은 방에서 합숙하면서 늘 이 작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밤새 이야기하다가 잘 때는 꿈까지 꿀 정도였다”며 “너무 그대로 돼서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주미는 “개인도로에서는 개인만 생각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우리 두 명이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만들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나아름과 이주미는 10년 넘게 끈끈한 동료애를 나눈 사이다.
나아름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들어오면서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있던 이주미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나아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서는 더욱 두터운 친분을 다졌다.
나아름은 이주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따 숙소에 갈 때 언니를 업고 가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나아름은 또 “감독님의 완벽한 작전과 주미 언니의 도움, 지도자님들과 동료가 함께 만든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나아름은 오는 24일 여자 도로독주 2연패 및 이번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