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울음 잡다
풋울음 잡다
  • 승인 2018.08.23 2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아, 아무리 몸부림쳐도 꽃이 피지 않는다

봄날이 오지 않는다 투덜투덜

꽹과리 장구 깨지는 소리 따라다니지 말아라

한 생이 자벌레 키 자가웃도 못되는데

그렇게 헤프게 울거나 웃어 보내면 쓰겠느냐



놋쇠는 그런 풋울음 잡기 위해

불 속에서 수없이 담금질 당하고

수 천 번 두드려 맞는단다

주변의 쇠와 가죽 소리를 감싸 끌어안고

재 넘어 홀로 핀 가시연의 그리움 달래주는

징이 되기 위해서



그런 재울음은 삶의 고비 몇 고비 넘기면서 한을 삭히고 달래어 흐르는 물살처럼 부드러운 징채로 두드려야, 목으로 내지르는 쇳소리 아닌 이승과 저승의 경계 허무는 울림 징하게 터져 나오느니



비로소 햇살이 그 소리 비집고 들어 네 둥근 항아리 속 그늘진 도화 꽃 몽우리를 햇살로 피워 올릴 수 있는, 시의 참다운 징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









◇정 숙=1991년, 1993년 시와시학 신인상. 시집 ‘신처용가’, ‘위기의 꽃’, ‘불의 눈빛’, ‘영상시집’, ‘바람다비제’, ‘유배시편’,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DVD] 출간. 2010, 1월 만해 <님> 시인 상 수상, 2015년 12월 23일 대구 시인 협회상 수상.



<해설> 흐르는 물도 돌쩌귀를 만나야 소리를 내고, 모난 돌 또한 물의 호통에 수억 년을 굴려야 둥근 내면을 가지게 되듯--.

징이 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수십 번도 더 몰매를 맞아야 비로소 풋울음을 울게 된다.

우리 인생 또한 넘어지고 찢기고 분질러지는 외면의 고통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등 내면을 거쳐야 비로소 참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우리 인간사 역시 마찬가지다. -제왕국(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