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해바라기
  • 승인 2018.08.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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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2회에 걸쳐 무사히 마쳤다. 행사는 각각 2박 3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12시간의 상봉으로 이루어졌다. 많은 우려를 낳았던 태풍 ‘솔릭’조차 막을 수 없었던 만남 길이었다. 이산(離散)의 아픔에 비해 너무나 짧은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상봉 가족들은, 언제 다시 재회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고, 대상에서 제외된 이산가족은 얼마나 기다려야 상봉이 가능한 지도 알 수 없다.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번 행사를 언론에 공개했다. 판문점 선언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이렇듯 양국의 소소한 약속들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북의 약속이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의 회담 결과에 따라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한반도의 약속은 하나여야 한다. 북미회담의 결과가 어떠하건, 종전선언이 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판문점에서 양국 정상이 손을 맞잡고 했던 약속들은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회담’이고 양국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생각해보라. 양국 정상이 남북의 경계석을 쉽게 넘나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어땠겠는지 말이다. 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80퍼센트 이상이 70대 이상의 고령이고, 하루가 다르게 사망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제 이념이건 사상이건 그들에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북측 가족들의 가슴에 달린 배지나, 남측 가족들의 화려한 선물도 의미가 없다.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은 얼굴’만이 소중하다. 희망의 상징인 노란 해바라기처럼 말이다. 씨앗들이 햇살에 타들어가도, 서로를 부여잡는 가족들 간의 애증(愛憎)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같은 제목의 작품인 ‘해바라기’는 그렇게 쓰여 졌다.

해바라기 앞에서 그를 닮은 햇살과 마주한 추억이 새롭다./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한껏 멋을 부린 삼남매는 그렇게 얼굴을 찌푸리고/흑백사진으로 남았다//희망의 상징으로 남은 꽃술은 꿀벌의 엉덩이와 닮아 있다./고호의 무너진 애증의 흐트러짐이 배여든 씨앗처럼/노란 잎들이 넓어질수록 그 끝은 멀어져만 가고/ 마침내 헤어져 흩날린다.//다시 찾은 어린 날의 그 공원에서 비를 만나려는가./흐려지는 눈동자를 가로지르는 빗줄기는 마침내/씨앗마다 맺히고 눈물처럼 빗방울이 맺히고/ 하늘을 올려다보는가.//우리가 꿈꾸던 세상은 늘 건들거리며 흔들리고/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모르는/값진 세상의 천박스러움에 회의가 남고 /기어이 뒤돌아서려는가.//미련스러운 해바라기의 해는 한 번도, 단 한 번도/해바라기만을 위해서 비춰준 적 없는 해는/조금도 미안해할 이유도 없는 해는/오늘도 바라기를 기억하는가. ‘돼지와 각설탕’ 중에서 ‘해바라기’ 전문. 2011.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혈연의 정으로 맺어진, 떼려야 뗄 수 없는 천륜(天倫)을 거스를 수 없는 관계라고도 한다. 그 관계를 억지로 갈라놓으면, 단장(斷腸)의 고통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과 안위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이산가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해관계, 혹은 서로를 탓하며 시간만 보내다 보니, 어느새 반세기가 훌쩍 지나버렸고, 당시 어린아이들이 노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행사일 뿐이지만, 이것이 일상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남북한 관계자들은 모색해야 한다. 적어도 다시는 생존자의 제사를 수십 년에 걸쳐 지내왔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모두 함께여서 가능한 일이다. 단 한 번의 부딪힘도 없이 오랜 시간을 헤어져 살아온 이산가족들에게 2박 3일 동안 겨우 12시간은 아쉽기만 하다. 헤어지면서 주름진 손으로 남과 북의 주소를 주고받지만, 서신교환에 대해서도 기약이 없다. 북미관계의 결과에 따라 또다시 남북관계에 냉기류가 흐를 수도 있다. 비록 이산의 아픔을 국가가 대신해줄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서로간의 근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해주어야 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차 평양방문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계획을 취소했다. 중국과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여파인지 어떤지는 밝혀진 바는 없지만, 지금 트럼프정권의 어떤 발표든 무한 신뢰하기는 힘들다. 좋게 말해서 급변하는 정세지만, 나쁘게 말하면 신뢰할 수 없는 국제정세로 인해 한반도 평화 구축은 늘 위태위태해 보인다. 우린 한민족이다.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와는 독립된 노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남북한의 공조가 시급하다. 비핵화 문제가 ‘통일의지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양국의 체제를 유지하며, 함께 발전해갈 수 있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통일이 필요하다. 우리 민족이 지혜를 모아, 더 이상 모욕적인 외교나 눈치보기식의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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