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2년 만에 첫 작품집
사투리 살린 문장 ‘매력적’
사투리 살린 문장 ‘매력적’
사물이 토해내는 소리 없는 소리(물성(物性)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작가 김귀선의 수필집 ‘푸른 외출’(사진)이 출간됐다. 등단 12년 만에 내는 첫 작품집이다.
김귀선의 예술적 원형은 ‘몸’이다. 40여 편의 수필 모두에 몸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는 몸이 토해 내는 희·노·애·락·애·오·욕 등의 감정의 진실한 언어를 읽어 낸다. 도마 위에 올려 진 가자미 한 마리의 몸을 두고 어린나이에 죽은 옻밭골 명화와 그녀의 원혼을 달래려는 북소리를 떠올리고, 도마 소리를 목어(木魚) 소리로 까지 듣는다.
‘몸’은 작가의 생명 사랑의 매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과 애잔한 사랑 이 있음에 원혼을 달래는 북소리가 그에게는 들리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 북소리는 작가의 가슴을 울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투박한 사투리는 작가 수필의 매력이다. 원형 그대로의 사투리는 앞 시대를 살아낸 조상들이 고단한 삶을 살아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토해내 놓은 가식 없는 소통방식이었다. 작가는 거기서 삶의 진정성과 진실성을 찾아내고 그 가치의 소중함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는 수필에서 금기시 하는 성(性)과 욕설까지도 그대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천박하지 않다. 인간은 인간을 사랑해야만 한다는 진한 휴머니즘이 그의 글 전편에 푹 녹아 있는 때문이다.
작가는 무당이 원혼을 불러내어 진혼굿을 해주듯이 글도 그렇게 쓴다. 그게 보다 더 바른 참을 드러내는 소통방식이라는 작가적 소신 때문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