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의사소통
하나님의 의사소통
  • 승인 2018.08.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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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대구새누리
교회 목사
우리 가족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성경을 읽고 함께 토의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성경 본문을 읽고 난 후 누가 질문하면 그것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발한 답을 낸 사람에게는 때로 제법 큰 선물이 주어지기도 한다. 어느 날인가 창세기 18장을 읽고 토의한 날이 있었다. 그 날의 본문은 다음과 같았다.

“그 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음 해 이맘때에, 내가 반드시 너를 다시 찾아오겠다. 그 때에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사라는, 아브라함이 등지고 서 있는 장막 어귀에서 이 말을 들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미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고, 사라는 월경마저 그쳐서, 아이를 낳을 나이가 지난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라는 나는 기력이 다 쇠진하였고, 나의 남편도 늙었는데, 어찌 나에게 그런 즐거운 일이 있으랴 하고, 속으로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 때에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사라가 웃으면서 이 늙은 나이에 내가 어찌 아들을 낳으랴 하느냐 나 주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느냐 다음 해 이맘때에, 내가 다시 너를 찾아오겠다. 그 때에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사라는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였다.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너는 웃었다.”

이것을 읽고 각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내가 ‘오늘 본문을 볼 때, 하나님은 어떤 분인 가?’라고 물었다. 먼저 아들이 ‘불임 부부에게도 자녀를 잉태하게 하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했다. 곧 ‘하나님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다.’라는 딸의 대답이 이어지자 아내도 ‘하나님은 사람이 속으로 한 짓도 다 아시는 분이다.’고 거든다. 속으로 웃으면서 중얼거리는 사라를 보고 하나님이 ‘너는 웃었다.’라고 하신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모두 ‘아, 정말 그렇구나.’라며 공감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나님은 고자질하지 않으시는 분인 것 같다.’라고 말하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어, 왜 그런가요?’ 라고 묻기에 ‘왜 그런지 한번 찾아보라’고 말하자 다들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모르겠는데요. 오늘 본문 어디에 그런 것이 있어요?’ 라고 묻는다.

내가 ‘사라가 무엇이라고 중얼거렸느냐?’ 고 물었더니 사라가 ‘나는 기력이 다 쇠진하였고, 나의 남편도 늙었다.’고 했다고 한다. 그것과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말씀을 비교해 보라고 말했더니 드디어 아내가 ‘아, 알았어요.’라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라는 하나님께 ‘자기와 남편이 모두 늙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사라가 자기가 늙어서 아들을 낳을 수 없다.’고만 했다는 것이다. 빙고! 결론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사라의 말 중 ‘남편도 늙었다’는 말은 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었다.

‘아, 하나님은 부부간에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은 살짝 빼고 말씀하셨군요. 하나님이 사라의 말을 그대로 다 전했다면 아브라함이 화를 낼 수도 있었겠네요.’ 라고 모두 공감한다.

그랬을지도 모른다. 혹 아브라함은 ‘뭐? 나보고 늙었다고? 당신의 월경이 끊어져 애기를 낳을 수 없는 것이지 남자는 늙어서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단 말이요.’라고 불평했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아브라함은 그 후에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더 낳기도 했다.

그날의 성경읽기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아, 하나님은 이렇게까지 사람을 배려해서 말씀하시는구나.’하는 공감이었다. 우리는 때로 사실이 아닌 말을 전달하여 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또 사실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살짝 제외시키고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고수이시다. 우리는 가끔 그 날의 성경읽기 시간을 즐겁게 추억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가족의 의사전달 습관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때 그 말씀이 생각나곤 해서 좀 더 신중해 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 날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 인간과 이렇게 소통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배려에 감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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