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장례·추모동판 제작
6년간 경찰 과학수사에 공을 세운 체취증거견 ‘래리(LARRY·저먼 셰퍼드·수컷·2011년생)’가 현장 수색 중 독사에 물려 순직했다. 경찰 체취증거견이 수색 활동을 벌이다 숨진 사례는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따르면 래리는 지난달 23일 오전 충북 음성군 소(小)속리산에서 자살 의심자를 수색하다 독사에게 왼쪽 뒷발등 부위를 물렸다. 래리는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밤새 통증을 호소하다 이튿날 오전 5시 30분께 숨을 거뒀다.
래리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체취증거견으로 활동했다. 활동 기간 180여건의 전국 중요 사건 현장 수색 업무에 투입돼 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주요 출동 사건은 △지난 5월 세종시 정신지체 장애인 실종사건 △지난해 5월 경북 포항 북부 부인 살인사건 △지난해 6월 경남 창원 골프연습장 부녀자 살인사건 등이다.
특히 래리는 포항 부인 살인사건 당시 오어지 부근 야산에 매장돼 있던 A(여·43)씨의 시신을 발견해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구경찰청은 사체를 수습해 경북 청도의 한 반려동물 전문장례식장에서 화장하고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다음달 10일엔 추모동판을 제작해 과학수사계 입구에 달고 추모식도 갖는다.
경찰 관계자는 “래리가 그간 쌓은 공을 고려해 예우 차원에서 ‘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며 “래리가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견은 체취증거견과 탐지견으로 나뉜다.
체취증거견은 사건 현장에 투입돼 인적·물적 증거물 발견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탐지견은 폭발물을 탐지한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