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교체논란을 보며
통계청장 교체논란을 보며
  • 승인 2018.08.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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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지난 26일 정부는 6개 부처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였다. 차관급 인사는 장관급 인사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개각설이 나도는 이 시점에 이루어진 특정 차관급 인사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는 임용권자의 고유권한인 만큼 이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유독 통계청장의 교체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작년 7월 청와대가 응용계량 분야에 정통한 개혁성향의 노동경제학자로, 고품질의 국가통계 생산 및 서비스를 통해 신뢰받는 통계행정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로 평가했던 통계청장을 자신도 모를 정도로 교체 배경이 불분명했고, 정부도 경질은 아니라고 밝힐 뿐 정확한 교체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중에서는 교체이유가 바로 최근 통계청이 정권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통계들을 연이어 발표한 것 때문이라고 나름 합리적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에서는 재난에 가까운 고용 감소와 소득 분배 악화를 보여주는 통계를 발표했다. 즉 실업률이 18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실업자가 7개월째 100만 명을 웃돌며, 지난해 월평균 30만개 늘어났던 일자리가 월 10만개 선으로 떨어졌다가 급기야 지난달에는 5000개 증가에 그쳤다는 통계다. 청와대에서 아무리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 근로자의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강변해도 국민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이는 바로 문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후 최하로 떨어진 것으로 반증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5월 가계소득 동향 발표는 현 정부를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위 20% 소득 역대 최고치 감소’, ‘양극화 지수 사상 최악’ 등으로 해석되는 통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정권을 가장 아프게 하는 통계다.

정부는 이 통계가 금년 조사 표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가구를 많이 포함시켰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즉 통계청이 가계소득동향조사를 함에 있어 유효표본이 절반가량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조사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소득격차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아주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퇴임 청장의 이임사와 새로운 청장의 취임사를 살펴볼 때 정부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 통계를 연이어 발표했기 때문에 교체한다고 의심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로 인해 이번 통계청장의 교체에 대해 잘못된 분석으로 이러한 논란을 자초한 것에 대한 문책인사라는 분석과 정부 정책 기조에 맞지 않는 통계조사 결과를 가져온 통계청에 대한 압박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논란이 충돌하고 있다. 더욱이 새롭게 임명된 청장이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가계소득동향 분석 자료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통계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표본의 수집 및 분석에 있어서 객관성과 신뢰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부기관인 통계청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는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많은 연구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애용하고 있는 자료이다. 따라서 각종 국가 정책을 결정하거나 민간 기업에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주요 지표로 사용되는 통계청의 통계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해서는 안된다. 이는 곧 대외신뢰도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만약 통계청의 자료가 정부 의도에만 맞춰 조작될 경우, 이는 정부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나아가 국가신인도를 붕괴시키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그 예는 지난 2011년 남유럽발 경제위기의 뇌관이 됐던 그리스 사태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리스는 지난 2000년, 유럽 단일 통화권인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로 낮추는 통계조작을 했지만 결국 국가부도를 맞이하였다. 실제는 유럽연합의 실사과정에서 13.6%로 나타났다. 결국 통계조작으로 일관하던 그리스의 대외신인도는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국가부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이번 통계청장의 교체이유가 잘못된 통계분석으로 국민들을 오도(誤導)하게 한 것이라면 몰라도, 단지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통계들을 발표하였다고 해서 교체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따라서 새롭게 임명된 청장도 취임사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생산이 통계청이 추구해야할 최고의 가치라 생각한다”고 밝힌 만큼 초심을 잃지 말고 반드시 통계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비록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통계라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올바로 알려주는 통계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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