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정기 품은 ‘호랑이’ 화폭에 담아
한민족 정기 품은 ‘호랑이’ 화폭에 담아
  • 황인옥
  • 승인 2018.08.30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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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 해선스님 ‘호랑이展’
내달 5일까지 대덕문화전당
화집 출판기념회 동시에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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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선 스님의 ‘호랑이 특별’전이 대덕문화전당 1,2전시실에서 열린다. 황인옥기자


중국풍 사나운 이미지 벗고
친숙·다정한 이미지로 형상
8m×2m ‘평화통일기원군호도’
겨울고목 아래 11마리 호랑이
월드컵 출전 한국축구팀 상징


기도 하던 중에 현몽을 했다. 꿈결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서 호랑이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해선(허용수) 스님은 꿈에서 깨어나자 붓을 들고 화선지에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10년 전에 경상북도 성주에 보림사를 창건하고 주지를 맡고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산신각을 조성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호랑이 꿈이 산신각 조성에 대한 현몽처럼 다가왔어요.” 스님은 곧바로 산신각 조성에 들어가고 산신령님과 호랑이 그림을 그려 산신각에 모셨다.

해선 스님의 ‘호랑이 특별’전이 대덕문화전당 1,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호랑이 그림 병풍과, 대호, 아기호랑이, 부적, 영화에 사용된 작품 등 3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 호랑이 그림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이번 전시에는 호랑이를 소재로 한 책 ‘호기(豪氣), 민족의 정기를 그리다’를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의미를 더했다. 책은 전시 작품 사진과, 호랑이 그림 그리는 법, 전해져 내려오는 호랑이와 관련된 설화, 전설, 사자성어 등 호랑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호랑이에 대한 모든 것을 나누고 싶었어요. 잊혀져 가는 호랑이가 다시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와 책 출간을 동시에 병행했어요.”

설에 의하면 무속신앙은 대규모 호랑이 서식지에 융성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일부 지역에만 호랑이가 서식했는데 그 지역에 유독 무속신앙이 발달했다고 한다. 호랑이로부터의 위협과 공포를 무속신앙에 기대려 했던 것이다. 호랑이가 많았던 한민족도 호랑이를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삼았다. 또한 호랑이를 그림으로도 표현하며 경외했다.

그러나 경외 대상이었던 호랑이는 해선 스님의 붓끝에서는 친숙하고 다정다감하다. 심지어 익살과 해학이 넘친다. 스님은 “한국 호랑이 그림은 원래부터 친숙한 이미지였다”고 설명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를 사나운 맹수의 이미지보다 친근한 산중군자로 표현했어요. 그러나 호랑이 그림의 전통 맥이 끊기면서 용맹하고 사나운 중국풍의 호랑이를 그리고 있지요. 저는 우리의 전통 호랑이 그림의 맥을 찾고 싶어요.”

스님은 5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문인화에 입문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제직하며 문인화를 그렸던 부친의 가르침이 있었다. 문인화에서 불교 그림으로 넘어온 것은 출가가 계기가 됐다. 스님은 30여년 전에 출가해 큰스님의 영정, 불화, 탱화 등의 불교그림을 그려왔다. 호랑이 그림은 3년 전 꿈을 꾼 뒤부터 본격화 됐다. 하지만 계기는 또 있었다. 평창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두 대회의 성공개최와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호랑이 그림에 담았어요. 88 서울올림픽에서 호돌이가 한국을 대변하는 마스코트로 사용된 것에 착안했죠.”

이번 전시 작품 중에서 ‘평화통일기원군호도(平和統一祈願群虎圖)’가 눈길을 끈다. 8mx2m10㎝의 대작이다.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간 겨울고목 아래 11마리의 평화로운 표정의 호랑이들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고목나무 뒤에는 백두산 천지연과 한라산 백록담이 운취를 더한다. 작품 제작 기간만도 1년 6개월이 걸렸다. 11마리의 호랑이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축구팀에 대한 은유다.

“최근에 남북평화무드가 조성되고, 러시아 월드컵에 남한과 북한 축구팀이 나란히 출전하는 것을 보고 작품 속에 남북공존과 남북평화에 대한 기원을 담았어요.”

호랑이 그림을 통한 정치풍자? 스님의 호랑이 작품은 알고 보면 정치풍자적 성격이 짙다. 작품명 ‘날도 더운데 뭐하니’가 대표적이다. 두 마리의 붉은 나비가 날고 있는 아래 아기 호랑이 두 마리가 장난을 치고 있는데 한 마리는 불만이 가득한 듯 애꿎은 고목을 물어뜯고 있는데 또 다른 아기 호랑이는 불만 가득한 아기 호랑이를 가소롭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다.

“붉은 나비는 북한의 김정은과 김여정이고 애가 타는 아기 호랑이는 미국의 트럼프이고, 느긋한 아기호랑이는 중국의 시진핑이죠.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정세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영화 신과함께2에 사용된 스님의 작품까지 함께 만날 수 있는 전시는 9월 5일까지. 010-6557-798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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