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20년을 돌아보며
국제결혼 20년을 돌아보며
  • 승인 2018.08.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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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대구경북 다문화사회 연구소 소장


한국 사회에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여성이 급증하면서 이주여성을 가난과 돈 때문에 팔려온 불쌍한 여성이라는 인식을 여전히 고수하는 한국인들이 있다. 이러한 원인은 대중매체가 이주여성을 농촌총각과 결혼해서 그들의 자식을 낳아주는 씨받이나 가난한 친정의 가장 역할을 하는 영웅으로 생각하는 ‘표상의 정치학’의 영향일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국제결혼의 흐름이 어언 20년이 된 지금,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개선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녀들도 이제는 자신의 보다 나은 삶과 행복을 찾기 위해 온다. 국제이주의 여성화는 시대적인 보편적 흐름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인구정책의 한 방편이며, 결혼과 가족유지를 목적으로 국가가 개입한 특수한 경우다.

1980년대 말,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 정책의 일환으로 지자체에서 조선족 여성과의 결혼을 추진하는 것으로 시작 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조선족 여성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위장결혼으로 도망을 가고 농촌 총각들을 울리는 사례가 많았다. 90년대 말, 외모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는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들어왔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남편의 가정폭력, 학대, 언어소통부재에서 오는 갈등 등으로 사회문제가 야기되었고, 급기야 어느 베트남 신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건이 생겼다.

그리하여 2007년도에 결혼중개업 법령이 제정되었다. 상대방의 범죄경력, 직업의 유무, 건강검진 등 신상정보를 결혼 당사자들끼리 맞교환하게 되었다. 신부 비자 요건도 강화되었다. 두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저 소득기준이나 경제력 입증 자료를 증빙해야 한다. 결혼은 두 남녀의 개인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허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국가가 개입이 되고, 국제결혼 법령이 제정이 되었다. 8.8 올림픽 이후 한국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고,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여성들과 그들은 한국 다문화사회의 토대가 되었다.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다문화사회에 핵심적인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혈연주의를 중요시 하는 한국인에게 피가 섞이지 않는 외국인보다는 남성이라도 한국인인 구조가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문화사회에 대한 역사와 경험이 없는 한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시행착오와 오류를 갖고 왔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탁상행정으로 현실과 맞지 않는 모순된 법들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맞선 전에 제출할 수 없는 신상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한국 남성이 국제결혼을 하면 5년 안에 재결혼 할 수 없는 법이 탄생했다. 이러한 법들의 부당함을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이 끊임없이 개정을 요구하고 주장하였으나, 달라지는 게 없다. 담당공무원들도 현실적인 문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하며, 위법을 하면 행정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많은 중개업자들이 문을 닫았다.

세계화 시대에 국민소득 3만 불의 경제 국민으로서 품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의 대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과연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보금자리를 제공해주고, 아이를 낳으면 물질적 지원을 해주어도 출산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출산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국제결혼의 활성화가 가장 효율적이다. 국제결혼 중개업 법령은 대부분 상대국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개업자나 한국 남성의 규제가 주 내용이다. 모든 국가는 이민의 방식을 자국의 이익에 우선을 둔다. 정부는 잘못된 법령을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하고,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들이나 국제결혼을 중개하는 업무를 하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할 때다. 자아실현과 독신주의를 선호하는 한국 여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남성들의 기대치가 점점 줄고 있다. 이들은 2세를 보기 위해 가임 가능한 젊은 여성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대안은 결국 국제결혼이다. 이러한 중개 역할을 하는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의 현실적 애로사항과 현장에서 습득한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한국다문화사회 형성에 큰 획을 그어준 국제결혼 업체들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해야 할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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