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부사(副詞)천수호
4월의 부사(副詞)천수호
  • 승인 2018.09.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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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은행나무는 저기 서 있었다

뜨거운 입김이 잎으로?맺히는

부끄럽지 않는 4월이 올 때까지 여전히



순결 정결이라는 첫 잎의 천진함으로

그 겨울 맨살의 부끄러움을 감추기에는 아직 잎부채가 너무 작다

과연, 가장, 매우라는 부사가 겸손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순백, 순수, 순정 이런 말놀이나 하면서 잎의 말을 열거하고 있다

4월이 더 분명해지는 이런 명사는 신파였으므로

군데군데를 깁는 부사처럼 잎이 난 자리마다 봉합 흔적이 있다

4월의 감탄사는 어디로 발송하려는지

가지 끝 허공 한 자락에 은행잎 우표를 붙였다 뗐다 한다



열렬과 비열을 차례로 헤아리며 이파리 점괘를 짚는 것도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건너오는 신파의 방식이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될 때가 많은 부사 같은

은행나무 어린잎들이 그저 흔들리고만 있다 지금도


◇천수호= 경북 경산 출생.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


<해설> 4월이면 연둣빛 잎부채가 완연해지는 때다. 가지 끝의 부사조차 신파로 봉합하는 시기.

수사적 장식을 엿보게 하는 순백, 순수, 순정 이런 것조차 신파로 더 분명해지는 4월처럼….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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