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날씨 왜 이러나
올여름 날씨 왜 이러나
  • 승인 2018.09.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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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최악의 폭염과 태풍 그리고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이 깊게 남은 여름.

뜨겁게 내려쬐던 폭염과 밤잠을 설치게 했던 열대야로 전력수급 사정을 걱정하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한 달 이상 계속된 무시무시한 더위만 피하면 여름이 끝나는 줄 알았다. 변압기 과부하로 인한 정전 또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의 과열로 인한 화재도 감수했다.

그러나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도와 전남 해안에 큰 피해를 남겼으며, 잇따라 찾아온 가을장마는 열흘 이상 전국을 오르내리며 국지성 물난리를 가져왔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강수량은 큰 차이를 보였다. 어떤 지역은 여름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정도였고, 어떤 지역에서는 태풍으로 입은 피해를 미처 복구하기도 전에 다시 폭우가 쏟아져 망연자실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사람이 휩쓸려가고, 도로가 유실되었으며, 산사태와 지반이 내려앉는 등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장마전선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에 폭염으로 서해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기습 폭우가 자주 내렸다는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록적인 폭염이 가을장마의 위력을 더 키우게 되었다는 말이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기록적인 상황은 한반도와 일본뿐만 아니라 북반구 곳곳에서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미국 서부, 캐나다, 시베리아, 유럽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전체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으로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급격히 녹으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대기 흐름이 정체되어 폭염 등 기상 이변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재난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이러한 기상이 ‘이제는 이변이 아니라 자연현상으로 일상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불안한 전망이다.

지난 달, 영국 런던의 지하철(센트럴선, Central Line)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승객들로 붐비는 지하철 내부의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어섰는데, 런던교통공사에서는 ‘2030년은 되어야 에어컨이 설치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 당국의 방침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스위스 여행에서 돌아온 지인의 소감과 인터넷을 통해 본 여행 후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식당에는 에어컨이 없으며, 숙소에도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어 선풍기로 대신했다는 것이었다. 열차에는 에어컨은 있으나, 사용을 하지 않더라는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만약 우리나라의 지하철에서 찌는 더위에 에어컨 없이 운행을 했다면, 과연 이용객들이 불만을 터트리기만 했을까? 또는 관광명소의 식당이나 숙소에 에어컨이 없다면, 반응이 어떨까?

지구온난화는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생존의 문제로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특정 분야 또는 특정한 지위의 사람들에게만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저마다 주어진 역할에 맞는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하늘을 찌를 듯 점점 높아지는 건축물과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를 보면 답답해진다. 온실효과는 물론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냉난방장치의 무제한적 사용도 자제해야 된다. 예상되는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하수구나 배수설비 등 기초시설을 정비하고, 관리에 더 큰 신경을 써야한다. 아울러 더 이상 바람의 소통을 방해하지 않도록 도시계획의 점진적인 변경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

9월이다. 아침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예측이 어려운 집중호우 등 비정상적인 날씨가 새로운 일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주의를 기울이고,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선호하는 국민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생활 속 습관을 바꾸고, 조금 느리고 불편한 것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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