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시도·아쉬운 뒷심 ... 사극판 괴수영화 ‘물괴’ 개봉
참신한 시도·아쉬운 뒷심 ... 사극판 괴수영화 ‘물괴’ 개봉
  • 승인 2018.09.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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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에서 괴수영화 장르는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이 한국 괴수물의 새 장을 연 이후 ‘디워’(2007), ‘차우’(2009), ‘7광구’(2011) 등이 명맥을 이었지만,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물괴’(허종호 감독)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모처럼 나온 괴수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극판 괴수 영화라는 혼합 장르에 액션과 유머, 볼거리 등을 고루 갖춰 상업영화로서 본분은 하는 편이다.

배경은 중종 22년. 산 곳곳에서 사지가 절단되고, 역병에 걸린 사체가 잇따라 발견된다. 도성에는 기이한 괴물 ‘물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공포에 질린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반정 주도 세력인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자신의 자리를 흔들기 위해 퍼뜨린 계략으로 의심한다.

이에 그동안 초야에 묻혀 지내던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 물괴의 출현이 사실인지 추적하도록 한다. 윤겸과 그의 오른팔 성한(김인권), 외동딸 명(이혜리),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이 팀을 이뤄 물괴를 쫓는다.

극은 제법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초반에는 살육의 주범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다가 괴수가 등장하는 중반부터는 추격 액션 장르로 전환해 정신없이 내달린다.

총제작비 125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 주인공은 역시 괴수다. 영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 ‘머리가 둘에 눈이 넷인 암퇘지’ 등으로 괴수가 묘사됐다.

역병을 품고 있어 몸 전체가 붉은 종기로 덮여있고, 눈이 퇴화한 괴수는 지붕과 절벽을 빠른 속도로 오르내리며 마구잡이로 사람을 공격해 집어삼킨다. 컴퓨터그래픽이지만, 이물감 없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을 잃고 서사와 캐릭터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왕을 비롯해 ‘괴수로 왕을 잡으려는’ 심운, 심운의 오른팔 진용(박성웅) 그리고 백성들까지, 이들의 행동은 괴수의 등장과 함께 공감 궤도를 이탈해버린다.

할리우드영화처럼 위기의 순간에 등장하는 유머와 러브라인은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은 아니다. 주연 배우 모두 기존 영화 속 이미지를 그대로 반복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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