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묻지마 투표, ‘공천 줄서기’만 가르쳤다
수십년 묻지마 투표, ‘공천 줄서기’만 가르쳤다
  • 윤정
  • 승인 2018.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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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무너진 정치력 회복 나서자 ① 리더십 없는 TK
서울TK 출세가도에 ‘들러리’
제대로 된 ‘선물’ 받지도 못해
전임 두 대통령 구속에 ‘몰락’
계파 싸움 등 영향 ‘외로운 섬’
권력기관 지역출신 거의 없어
최근 다양한 정치색채에 희망

 

창간 22주년 특집 대구 ㆍ경북 새로운 길을 열다 - Ⅰ.무너진 정치력 회복 나서자

역사의 2017년 ‘핵폭탄급’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이후, 대구·경북 민심은 갈 길을 잃은 양떼처럼 길을 헤매고 있다. 사분오열 된 TK정치권도 실종 상태다.

최근 경제현안과 정부의 실정 등에 대해 일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적 문제나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가진 인재가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급기야 현 정부는 TK를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홀대하고 패싱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의도적 배척도 있겠지만 인재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지역민 입장에서 보면 생각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다.

무너진 TK정치권의 복원이 필요하다. 옛 영광을 반드시 부활한다는 의미보다는 TK정치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TK지역민들은 그것을 원한다.

◇무너진 TK 정치력에 ‘TK 패싱’ 까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정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지난해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추상같은 박 前 대통령 탄핵 선고 주문은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핵폭탄급 소용돌이로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이 된 상태로 지난 8월 24일, 2심에서 징역 25년·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한 때 박 전 대통령의 친박과 더불어 친이라는 계파의 상징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있었던 과오로 감옥신세를 지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현대사를 풍미했던 많은 대통령들이 TK출신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으로 TK정치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TK정치는 옛날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한 채 보수의 외로운 섬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지역민들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이 엄청나게 훼손된 상태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비록 경제적으로는 수도권이나 부·울·경에 비해 낙후되고 있었지만 ‘우리가 남이가’라는 의리로 미우나 고우나 지역 정치인을 믿고 눈물겨운 성원을 보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의 지난해 ‘핵폭탄급’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대구·경북 민심은 갈 길을 잃은 양떼처럼 길을 헤매고 있다.

사분오열 된 TK정치권도 실종 상태다. 최근 경제현안과 정부의 실정 등에 대해 일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가진 인재는 부족해 보인다.

현 정부는 TK를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홀대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발표된 내년 정부예산안에서 TK 국비예산이 타 시도와 달리 대폭 삭감돼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지난 달 30일 발표된 개각에서도 역시나 TK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재 입법·사법·행정부 고위직과 검찰·경찰·감사원·국세청 등 소위 권력기관에 TK 출신은 거의 없다. 현 정부의 머릿속에는 TK가 아예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지역을 ‘보수화’ 시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극명하게 갈린다. 한 쪽에서는 산업화·근대화로 5천년 민족사에 있어 처음으로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이라 불리지만 또 한 쪽에서는 5.16 군사쿠데타와 개발 독재로 18년간 장기 집권한 악명 높은 독재자라고 깎아내린다.

친구 사이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전두환 하면 5.18광주민주화 운동 강제진압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7년 단임의 평화적 정권교체, 물가안정 등 살기 좋았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명암이 엇갈린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군인출신이며 TK출신이라는 점이다. 또 불행하게 생의 말로를 보냈거나 보내고 있다. 이들이 TK출신이었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그동안 무비판적·맹목적 지지를 보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통령 재임시절 정치적 목적에 의해 TK지역을 획일화된 보수화의 텃밭으로 만들어버린 책임은 피할 수 없다.

TK지역민들은 그동안 이 보수당에 대선은 물론 총선·지방선거에서도 적게는 60%, 많게는 80% 이상 몰표를 던졌다. 그냥 묻지마 투표를 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얻은 것은 없어도 투표장에 들어가면 그냥 의리 하나로 계속 손가락은 한 곳을 향했다. 이런 낡고 고인 사고가 TK지역을 경제적 낙후지역으로, 정치적으로 소외된 지역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 기간 지역 출신의 수많은 관계, 정·재계 인사들이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 있었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지만 TK지역에 이렇다 할 선물은 주지 못했다. 고작 박정희 정권 때 포항제철 설립과 구미전자공단 설립이 고작이었다. 그냥 서울TK들의 출세에 지역민들이 들러리를 선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친박과 친이 계파싸움, 결국 보수의 분열로

“아! 박근혜가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대구의 딸이자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수첩공주’라는 비판과 함께 협소한 인재 풀로 적재적소에 인사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으며 문고리 권력이라는 측근들의 전횡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오히려 문고리 권력에 의존하는 경향도 보였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대처 미흡으로 국민들로부터 서서히 신뢰를 잃어간 박 전 대통령은 의혹의 7시간 미스터리에 계속 시달리며 힘겨운 국정을 이어나갔다.

2016년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박근혜-최순실의 연결고리가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박근혜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광화문에 연일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 ‘박근혜 구속’을 외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국회는 ‘촛불혁명’이라 불리는 국민의 소리에 힘입어 탄핵소추를 가결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구속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은 물론 TK지역민들은 “박 대통령이 뭐가 아쉬워서 최순실 같은 여자와 어울렸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라며 엄청난 충격과 배신에 휩싸였다.

박근혜 몰락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올해 3월 19일 뇌물수수,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이 몰락하지 않았다면 이 전 대통령도 구속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2007년 대통령 경선 때부터 생겨난 친박과 친이 계파싸움이 오늘날 보수와 TK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국회 탄핵소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 중에 친이 또는 비박 계열 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하는 바람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것이다. 이렇듯 보수 또는 TK내부의 분열이 두 전직 대통령 구속과 TK정치 몰락으로 이어졌다.

◇지나친 보수화, 지역 멍들게 해

대구·경북은 결코 낡고 병든 보수만을 지지하는 지역은 아니었다. 지금은 보수의 본류지역으로 상징되고 있지만 이승만 시대 때만 해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2.28 운동을 통해 불의에 항거하는 진보적 색채를 가진 곳이었으며 일제시대 때는 어려움에 처한 우리민족에게 희망을 불어넣고자 ‘국채보상운동’을 일으켰던 발상지이기도 했다.

이런 TK가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은 TK민들에게는 크나큰 정신적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지나친 보수화가 지역을 멍들게 하고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TK정치권은 패거리 정치로 뭉쳐 상대방 또는 타지역에 배타적인 면을 보여왔다. 그리고 TK정치인들은 이런 상황들을 철저히 이용해 왔고 당선이라는 재미를 계속 느껴왔다. 그러나 2016년 총선 당시 ‘진박 퍼포먼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조소와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TK 지역민들은 서서히 보수 일변도에서 다양한 정치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보수당에게만 몰표를 주지 않는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김부겸·홍의락 의원이 당선됐고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대구는 48%, 경북은 45%만 지지를 보냈다. 지난 6.13지방선거는 한국당이 죽다 겨우 살아났다.

그 많던 옛날의 TK인재들이 다 어디로 갔는가? 이제 인재를 키우고 지역의 활력을 되찾을 때다. 인사가 만사이듯 인재가 없으면 지역이 살 수가 없다. TK 100년을 내다보는 지역인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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