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R&D기관 연계협력 적극 지원 자생력 높일 것”
“中企-R&D기관 연계협력 적극 지원 자생력 높일 것”
  • 최연청
  • 승인 2018.09.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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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최저임금 등 내외부 악재 직면
대기업 부진에 車부품 등 지역업체 고전
모회사 의존도 줄이고 연구소 설립 통해
어려움 버텨낼 자체적 경쟁력 확보 주력
이재하-대구상의회장3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에 대구상의가 적극 돕겠다”라고 밝혔다.
 

창간 22주년 특집 지역 경제계 수장에 듣는다 -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지금 대구 경제가 어려운 게 맞습니까 라고 묻자 “내 기업도 어렵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차 3차밴드의 회원업체 중 최저임금 때문에 문을 닫은 업체를 몇 알고있다고 한다. 또 대구에 있는 대기업 하청업체 중에서도 그렇게(문을 닫을) 마음 먹고있는 업체가 꽤 있다고 대변한다. 그만큼 대구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실력만 있으면 어느 누가 뭘 어떻게 해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력이란 뭘 말하는 것일까. 정부의 어떤 정책 아래서도 유연하게 업을 펼쳐 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업이 로비를 잔뜩 해 일감을 받아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사 제품을 선택해 줄 만큼의 경쟁력을 가지는 걸 말하는 걸까.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려 노력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인듯 하다.

대구신문 창간일을 앞두고 어렵사리 시간을 내 마주한 이 회장은 “꼭 필요한 물건을 구비하고 있는 집엔 돈을 더 얹어주더라도 소비자가 찾아가기 마련”이라고 운을 뗀다. 지역경제의 수장 격인 그가 암울한 지역경제에 대한 어떤 해법을 마음에 품고 있는지 찬찬히 들어봤다.

◇무역전쟁과 최저임금의 틈바구니에 갇힌 경제

“국가경제 전체가 수년 째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두 지역 모두를 큰 시장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상황입니다.”

이 회장은 우선 세계시장이 돌아가는 상황과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갔다. 우선 외부요인.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조선, 반도체, LCD, 자동차 등 주요 산업들이 최근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거나 오히려 추월당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커요”라는 그는 이것은 우리(나라) 앞에 놓인 외부 요인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과 함께 내부적 요인도 좋지 않아요. 아니, 매우 나빠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됐죠? 근로시간 단축도 시행됐습니다” 상의 회장인 그 역시 이런 내·외부적 요인이 주는 압박감을 상당히 중요하게 살피고 있는듯 하다. “이런것에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하는게 쉽지 않죠. 당연히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요. 이런 노동환경의 변화는 기업뿐만 아니라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영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기업 침체가 지역 중소기업의 침체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상황도 이런 전체적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라며 지역경제를 진단하는 그는 내·외부적 어려운 요인들이 맞물려 지역경제가 더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대구는 산업구조상 자동차부품과 기계·금속 업종이 지역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죠. 그런데 수년째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아주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그 특성상 완성차업체의 어려움이 1차, 2차, 3차 협력업체에 연쇄적으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되죠. 수 년간 어려운 지역경제를 지탱해 왔던 건설업마저 최근 들어 수주액 감소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지역경제 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처방으로 치유될 수 있는 간단한 것은 아니라고 처방한다.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장기적이고 큰 틀에서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라는 말을 쏟아내는 이 회장의 다음 말이 몹시 궁금해진다. 당장 죽을 지경인데 원칙론이라. 그게 통할까 라는 의구심마저 조금 든다. “마침 대구가 경제·산업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고, 미래 신성장동력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런 변화와 발전방향에 대해 기업과 시민들이 잘 이해하고 힘을 모은다면 분명 다가오는 미래에는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상공회의소 회장의 멘트가 아니라 마치 대구시장의 멘트인것만 같다. 조금은 어리둥절해진다.

 

통합신공항 등 핵심 인프라 조속 추진
지역경제 뿌리 강화 각종 지원책 마련
물산업·전기차 ·첨단의료 산업 등
4차 산업혁명 이끌 신성장동력 투자도

◇지역경제 성장의 발판부터 강화해야

주요 산업단지의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만치 어렵다고 하고 자영업자들은 잇따라 폐업하며 문을 닫고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미래신성장동력이라니, 미래의 좋은 결실이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까요? 우선 대구시가 통합신공항 이전이나 한창 조성중인 국가산업단지 같은 중요한 인프라를 조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해 지역경제 성장의 발판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대구에 대기업을 비롯한 우수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지역에 신속하게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역시 상의 회장 답게 그의 안목은 상당히 먼 곳을 보고있다.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진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고 또 이를 발전시켜 따라가는 소위 ‘패스트팔로어’전략을 썼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후발 경쟁국들이 동일한 전략과 더 큰 내수시장, 국가의 적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우리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동일한 전략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아요” 그의 얘기에 쭉 끌려든다. “이런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게 중요해요.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품질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연구개발(R&D)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연구소 하나 제대로 없이 대기업이 설계한대로 하청 일만 맡아오다보니 인건비가 갑자기 높아지면 기술이 없어 더 어려움 속으로 내몰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가 많을수록 그런 어려움을 잘 버틸 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란다. “운동을 하면 튼튼해 진다는 건 다들 잘 알죠. 하지만 끊임없는 운동이 어디 말처럼 쉽습니까? 그래도 땀을 흘리지 않으면 튼튼해지기가 어렵죠. 땀 흘리는 게 바로 노력이예요. 그 노력이 연구개발 같은 것에 매진하는 거고, 그런 노력도 없이 정치가 어떻네, 정책이 어쩌네 나무라고 있을수만도 없는거잖아요?”라고 그는 반문한다.

◇연구개발의 중요성

“사실 상당수의 지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원청업체의 요구에 따라 생산하고,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에 어떤 제품,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기 회사가 가진 기술력,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미래에 수요가 발생할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그 제품이 필요한 시기가 왔을 때 경쟁사에 앞서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이 말은 사전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말을 잇는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R&D 입니다. 그러나 대기업의 경우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R&D를 할 수 있는데 비해 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의 문제로 쉽지 않은게 현실이죠?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대구상의가 돕겠다는 겁니다”

대구상의가 요즘 왜 연구개발 지원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는지 그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을 활용하거나 R&D지원기관과의 연계와 협력을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대구상의가 지역 중소기업들의 R&D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R&D지원기관과의 연계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대구의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잘 활용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에 힘을 준다. “산업혁명의 도래로 기업들도 기존의 산업이나 경영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직면하고 있어요. 다행히 대구는 시장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물산업, 전기차, 미래형자동차, 로봇과 첨단의료 산업 같은 신성장동력에 앞서 투자해서 다른 지역보다는 분명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대구시의 정책추진 방향을 기업들이 잘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거예요” 이제야 왜 대구시장이 할 말을 대구상의 회장이 하고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는 듯 하다.

“이런 노력들이 하나 둘 씩 차곡차곡 모이면 시간이 갈수록 지역경제가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성장과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연청기자 cy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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